"신문법 위헌 결정 안 내리면 한국 언론사 50년 후퇴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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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진=신동연 기자]

"언론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버팀목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언론, 특히 신문의 역할을 폄훼하는 분위기가 생겨난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언론이 망가지면 민주주의가 종언을 고한다는 걸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역사는 정직합니다."

서정우 한국언론인연합회장(69.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명예교수)은 최근 출간된 '한국언론 100년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총 3권 3000쪽 분량, 4000여장의 사진, 집필 5년 만에 세상에 태어난 이 책이 자식 마냥 소중한 모양이다. 서 회장은 언론인연합회가 펴낸 이 책의 편찬위원장을 맡아 왔다.

'한국언론 100년사'는 여러모로 언론계에서 보기 드문 역작이다.

우선 집필진만 언론학자.언론인 등 100명에 달한다. 또 말이 100년사지 실제로는 언론 전사(全史)를 담았다. 근대 신문의 효시인 한성순보(1883년 창간)부터 현재까지의 120년 언론사가 녹아 있다. 최초의 신문 광고와 소설 같은 이색 기록은 기본이다. 더욱이 신문.방송뿐 아니라 통신.광고.홍보 분야까지, 언론과 관계된 모든 장르를 망라했다.

"특정 이데올로기에 편향되지 않고 객관성과 정확성을 유지하고자 애썼어요. 10억원의 제작 비용도 집필진들이 사재를 털어 감당했습니다."

서 회장 본인 역시 빚을 내 2억원을 충당했다. 노학자가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지만,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기쁨에 즐겁게 갚아 나가겠다고 한다.

서 회장이 정론 직필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대개의 역사책은 현대사를 다루길 꺼린다. 논란의 한복판에 서기 싫어서다. 하지만 이 책은 현대사도 과감히 터치한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권을 인터넷 뉴미디어가 탄생시킨 최초의 정권으로 규정한다. 종이 신문에 대립각을 세우고 인터넷 미디어에 우호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현실을 이런 태생에 기대 설명하기도 한다. 또 현 정부의 언론정책을 ▶일부 보수신문과의 적대적 관계 ▶방송.마이너.지방 신문과의 우호적 관계 ▶오마이뉴스.청와대 브리핑 등 인터넷 미디어 적극 활용 등으로 설명한다.

"현 정부는 분명 디지털 혁명이 낳은 정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전이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민감한 주장을 펼치면 '인격 살인'이라 할 정도의 공격을 감수해야 합니다. 때문에 명예를 목숨으로 여기는 학자들이 침묵을 지키게 됐습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위헌 공방을 벌이고 있는 신문관계법으로 흘러갔다. 서회장은 "헌법재판소가 신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언론사는 50년 뒤로 후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언론의 주기능이 비판이라는 걸 정부 당국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언론인연합회는 9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한국 언론 100년사'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정.관.계 인사 600여명이 참석, 산고 끝에 나온 책의 출간을 축하했다.

글=이상복 기자 <jizhe@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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