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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무원연금 놔두고 국민연금만 칼질하겠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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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가 마련한 보험료 인상, 가입연령 상향, 수급개시 연장을 핵심으로 한 개선안이 공개되자 온 나라가 뒤끓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차라리 국민연금 폐지하라” “세금 퍼주는 공무원연금부터 개혁하라”는 분노의 글로 도배됐다. 놀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례적으로 휴일인 어제 오전 “정부 확정안이 아니다”는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17일 구체안을 공개하고 공론화를 거쳐 정부안을 다듬겠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연금 개혁은 필요하다. 정권 초기인 지금이 적기이기도 하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이대로라면 2060년으로 예상됐던 기금 고갈 시기가 3~4년 앞당겨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은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만 손대려 하자 국민이 뿔난 것이다. 국민연금과 달리 이들 연금은 적자를 세금으로 메꿔주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 지난해 국가 부채 1555조원 중 공무원·군인연금 충당 부채가 전체의 55%인 845조원에 이를 정도다.

한국납세자연맹 추계에 따르면 사립 교원은 퇴직 후 월평균 310만원, 군인은 298만원, 공무원은 269만원을 받는다. 직역 연금은 소득대체율이 높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60%를 넘는다. 반면에 세금 지원이 없고 소득대체율이 45%인 국민연금은 월평균 수령액이 38만원에 불과하다. 용돈도 안 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

국민을 이해시키려면 3대 직역 연금부터 국민연금에 준하는 개혁을 하는 게 순리다. 이전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야당(현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찔끔 개혁에 그쳤다. 입장이 바뀐 만큼 적극 나서야 한다. 개혁 시기를 놓치면 국민의 노후는 암담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궁극적으론 국민연금과 3대 직역 연금을 합치고 ‘중부담-중급여’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 이런 노력을 먼저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