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조항 틈새로 출자규제 비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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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 규제를 하고 있으나 주요 기업 출자의 절반 이상이 동종.밀접 기업이나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예외조항을 적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외가 인정되는 신기술 개발용 출자를 한 기업은 전체 기업에서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17일 자산이 5조원을 넘는 12개 민간 그룹과 5개 공기업 그룹 계열사들의 출자 현황(4월 1일 기준)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LG그룹 주력사인 LG전자는 1조2천9백억원의 출자액 중 67.2%를 동종.밀접 기업에 출자해 공정위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텔레콤은 출자액의 81.5%가 예외를 적용받는 출자였다.

SK텔레콤은 8천6백억원의 출자 중 69.8%를, SK C&C는 1천7백8억원의 출자 중 93.4%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받았다. 현대모비스는 출자액의 98.6%가 규제 대상 밖에 있었다. 이는 12대 그룹 전체의 예외 적용비율인 50.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33.5%).삼성물산(24.7%) 등은 예외를 적용받은 출자가 적은 반면 e삼성(77.9%).삼성테크윈(54.1%) 등 소규모 기업은 예외가 많았다.

그룹별로는 삼성의 예외 비율이 29%였으며, LG와 SK는 각각 출자액의 55%와 42.7%가 예외조항에 포함되는 출자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출자총액 제한 제도에 예외가 지나치게 많고, 이를 이용해 기업들이 출자 규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며 "예외규정을 개편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출자 등은 바람직한 것으로 계속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예외규정을 만들어 출자를 허용해 놓고선 기업들이 이를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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