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리콜’ 의혹 BMW…“한국이 봉인가요?”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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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7시 50분께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A(44)씨가 몰던 BMW 730Ld에서 불이 났다. 불은 차체 전부를 태우고 수 분 만에 꺼졌다. [사진 경남경찰청]

9일 오전 7시 50분께 경남 사천시 남해고속도로에서 A(44)씨가 몰던 BMW 730Ld에서 불이 났다. 불은 차체 전부를 태우고 수 분 만에 꺼졌다. [사진 경남경찰청]

잇따른 차량 화재로 논란에 휩싸인 BMW가 ‘한국 소비자를 무시하느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징벌적 처벌이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이 약하다는 점을 악용했을 거란 추측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난 8일 YTN라디오 ‘수도권 투데이’에서 “몇 년 전 전국민적 사기를 당한 폭스바겐 사태 때도 관련 법규가 미비해 이렇다는 한탄을 했었는데 2~3년이 지나도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며 “규정 미비 등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BMW 기술이 EGR문제라는 걸 조사하는 데 2년이 걸렸다는 건 믿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여간 꾸준히 발생한 화재의 원인을 BMW 측에서 모를 수 없다는 의혹 제기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한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규정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고의·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제조사가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피해자에게 물게 하는 제도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지난달 30일 YTN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없기 때문에 걸려봐야 10억원이다”라면서 “한 마디로 ‘리콜 비용 계산해서 리콜 비용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결정이 나오면 ‘배 째라’는 식으로 나갔다가 이렇게 여러 건이 터져 여론화되고 증거가 나오면 이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더 이익 보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한국 실정”이라고 했다.

박 명장은 외국 제조사가 한국의 제도적 허점을 알기 때문에 사후 대처에 소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걸려봐야 10억원이니 걸리면 리콜을 해주면 되는 것이고 모르면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몇 년 전부터 (불이 났던) 차에 대한 말은 아무 말도 없다”며 “이것은 명차를 만드는 제조사에서 할 짓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 BMW 차량 임시 주차구역이 마련되어 있다. 최근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 사고로 BMW 차량의 주차를 금지하거나 분리주차를 요구하는 주차장이 늘고 있다. [뉴스1]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 BMW 차량 임시 주차구역이 마련되어 있다. 최근 BMW 차량의 잇따른 화재 사고로 BMW 차량의 주차를 금지하거나 분리주차를 요구하는 주차장이 늘고 있다. [뉴스1]

앞서 BMW는 2016년부터 유럽에서도 비슷한 엔진 사고가 있어 최근까지 원인 규명을 위한 사례 수집과 실험을 해왔으며 최근에야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결함이라는 결론을 냈다고 국토교통부에 설명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차량 화재 때문에 비난 여론이 비등한 시점에 마침 BMW의 원인 규명 실험이 끝났다는 설명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늑장 리콜’ 여부를 조사 중이다.

 'BMW 피해자 모임' 회원과 차량 화재 피해자 등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 BMW의 결함은폐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BMW 피해자 모임' 회원과 차량 화재 피해자 등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 BMW의 결함은폐 의혹을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BMW 피해자 모임’ 21명도 지난 9일 의혹을 파헤치려면 강제 수사가 필요하다며 차량의 결함을 알고도 은폐한 혐의로 BMW코리아, BMW 독일 본사와 김효준 회장을 비롯한 이 회사 관계자 6명을 고소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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