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워마드보다 일베 검거 더 많아" 해명…워마드 운영자 성별엔 '함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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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혐오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진에 대한 체포영장으로 편파수사 의혹을 받은, 경찰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경찰은 올해 여성혐오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에 대한 수사를 워마드보다 더 많이 했으며, 일베 운영진은 경찰 수사에 협조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편파수사 의혹은 점점 번질 기세다.

[사진 워마드 홈페이지 캡처]

[사진 워마드 홈페이지 캡처]

경찰 "일베도 음란물 삭제 안하면 체포영장" 

경찰청 관계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일베는 서버와 운영진이 모두 한국에 있어 영장을 받으면 강제수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한 뒤 ”워마드는 유료회원제에 사이트 공지사항을 통해 (경찰 수사에) 아예 협조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게시물에 대한 수사를 위해서는 운영진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불가피한 수사 절차였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만일 아동 음란물이 올라왔는데 이에 대해 경찰이 영장을 보내도 삭제 등의 조처를 하지 않고 비협조적이라면 일베도 같은 절차에 따라 수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일베의 불법게시물 69건에 대한 경찰 신고가 접수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통해 53건의 게시자를 검거해 검거율이 76.8%에 달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워마드 게시물에 대해서도 32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운영진의 비협조로 인해 한 건도 검거하지 못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워마드 운영진 성별은 '말하기 곤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워마드 운영진 A씨에 대해서 경찰은 지난해 12월 해외로 출국한 한국 국적의 인물이라고만 밝혔다. 이날 온라인상에서는 워마드 운영진 가운데 남성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의견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도 'A 씨가 혹시 남자냐'는 질문에는 "이게 남성, 여성이 민감해서…"라며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대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운영진은 한명은 아니지만 이번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은 1명"이라고 말했다.

앞서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해 2월 워마드에 올라온 남자목욕탕 아동 나체사진 게시자에 대해 수사를 하던 중 워마드 운영진 A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지난 5월 발부받았다. 이에 대해 여성단체들은 오랫동안 여성혐오로 사회적 논란이 돼 온 일베 운영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적 없는 경찰이 워마드에 대해서만 엄정한 수사를 하고 있다며 편파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김정연 기자

4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불편한용기' 4차집회. 김정연 기자

'불편한 용기'측 "경찰청장 사퇴" 총공 선포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대규모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주최한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 측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갑룡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총공(총공격)을 선포했다. 이들은 “범죄의 온상인 남초 커뮤니티 운영자와 불법 촬영물이 공유되는 웹하드 관련자에 대한 수사 및 체포영장을 지금 당장 발부하라”며 “워마드 운영자 구속을 지시한 경찰이 누구인지 밝히고, 지시자와 함께 명명백백한 편파수사에 앞장서는 민갑룡 경찰청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총공의 방법으로는 국민 신문고, 행정안전부 홈페이지, 경찰청 홈페이지, 대법원 홈페이지 등을 통한 민원 신고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5차 시위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불편한 용기 4차 시위가 끝난지 겨우 4일이다. 지금, 마치 뙤약볕에 모인 7만 여성에게 보란 듯이 또 다른 편파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찰과 정부에게 우리는 환멸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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