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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내 뜨거운 감자 ‘김재규 사진’, 새 기무사 영내 보관? 이참에 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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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을 받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전 보안사령관). [사진 중앙포토]

재판을 받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전 보안사령관). [사진 중앙포토]

국방부가 김재규를 비롯한 역대 보안사령관ㆍ기무사령관 사진을 신설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영내에 보관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처럼 사령부 내부에 ‘역사의 일부’로 보관하느냐, 아니면 신설 사령부 바깥으로 빼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하느냐 여부를 놓고 내부에선 ‘뜨거운 감자’가 됐다.

현재 기무사는 역대 사령관 사진을 기무사 영내에 있는 역사관에 보관해 놓고 있다. 여기엔 전두환(20대 보안사령관)ㆍ노태우(21대 사령관) 전 대통령과 김재규(16대 사령관)도 포함된다. 군 당국자는 “새로 만들어지는 안보지원사 회의실에 전두환·노태우·김재규 전 사령관의 사진이 걸릴 일은 없다”며 “지금도 역대 사령관들의 사진은 기무사 회의실에 걸려 있지 않다”고 알렸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지난 정부 때까지 기무사 회의실에는 김재규를 제외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역대 사령관 사진이 걸려 있었다. 단 김재규는 12ㆍ12사태 후 전두환 정부가 배제했다는 게 군 안팎의 얘기다. 국방부 관계자는 “그 뒤에도 군 통수권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했다는 이유로 김재규라는 이름이 금기시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인 지난해 11월 국정감사 때 일부 여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김재규 사진이 제외된 채 내란죄를 확정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이 기무사 회의실에 걸려있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기무사는 올해 4월 내부 회의를 거쳐 사령관 회의실에 걸려 있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지휘관의 사진을 모두 떼어내 역사관으로 옮겼다. 이때 역사관에 김재규 사진도 함께 보관하기로 했다. 역대 사령관 기록을 가감없이 모두 보관한다는 차원에서다.

전두환 대통령이 1981년 7월 16일 육군대장으로 예편한 노태우 전 보안사령관을 정무 제2장관으로 임명해 임명장을 주고 있다.[중앙포토]

전두환 대통령이 1981년 7월 16일 육군대장으로 예편한 노태우 전 보안사령관을 정무 제2장관으로 임명해 임명장을 주고 있다.[중앙포토]

고민은 이번에 기무사를 뜯어고쳐 안보지원사로 바꾸면서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무사 역대 지휘관의 역사는 이대로 유지될 것”이라며 “역사의 기록인 만큼 역사관에 그대로 보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부대 관리 훈령의 개정을 통해 부패 및 내란·외환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 사진의 군 홍보 사용은 금지하지만 기록 차원에서 역사관 게시는 허용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그러나 역사관을 어디에 놓을지를 놓고 7일에도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안보지원사는 기무사와 단절을 천명했는데 기무사 역사를 담은 역사관이 안보지원사 영내에 계속 있을 경우 모양새가 어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안보지원사가 기무사를 계승했다는 인식을 지워야 한다는 차원에서 기존 역사관을 안보지원사 바깥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며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안보지원사령관은 과거 특무부대, 방첩부대, 보안사, 기무사로 이어지는 45대 사령관이 아니라 초대 사령관이 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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