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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엔 효과 봤지만…WP “트럼프 정부, 제재 1천곳 남발 우려”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예로 들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의 이란핵합의 복귀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날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이와 관련된 뉴스가 보도된 신문을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예로 들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제조건 없이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란이 미국의 이란핵합의 복귀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날 테헤란에서 한 시민이 이와 관련된 뉴스가 보도된 신문을 보고 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제재는 미 동부시간 기준 7일 0시 1분(한국시간 7일 낮 1시 1분)부터 적용된다.

오바마 정부 비해 30% 늘어 지난해 제재대상 1천곳 달해 #신속한 효과 강점에도 동맹국과 공조 균열 등 부작용도

이번 제재 복원은 지난 5월 8일 트럼프 정부가 이란핵합의(JCPOA) 탈퇴를 선언하면서 예고됐던 것이다. 미국은 이달 6일까지를 '90일 유예기간'으로 통보하면서 이란의 ‘항복’을 유도했지만 후속 협상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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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별도 성명을 통해 "핵합의(JCPOA)는 살인적인 독재자에게 현금을 제공하는 생명줄이 됐다"면서 "이란 정권은 위협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제에 다시 편입되든지, 아니면 경제고립의 길을 이어가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에 핵개발 포기를 압박하면서 고강도 제재를 꺼내들 때와 비슷한 레토릭(수사)이다.

실제로 트럼프 정부는 외교 갈등의 해결책으로 경제 제재를 적극 활용해 왔다. 지난 5일 워싱턴포스트(WP)가 인용한 글로벌 로펌 '깁슨 듄'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첫해인 2017년 한 해에 블랙리스트에 올린 개인·단체는 1000곳에 가까웠다.

이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의 집권 마지막 해 추가된 제재 대상보다 30% 많고, 오바마 행정부의 집권 첫해 이 명단에 등재된 규모보다 3배 크다.

중국 소유 카이샹호가 지난해 8월31일 북한 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이 선박은 9월 18일 베트남 항구 근처 해상에서 다른 선박에 북한산 석탄을 환적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이 이 사진을 제출하고 해당 선박의 블랙리스트 지정을 요구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진 WSJ]

중국 소유 카이샹호가 지난해 8월31일 북한 항구에서 석탄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이 선박은 9월 18일 베트남 항구 근처 해상에서 다른 선박에 북한산 석탄을 환적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이 이 사진을 제출하고 해당 선박의 블랙리스트 지정을 요구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진 WSJ]

미국의 칼날은 주로 북한과 중국·러시아·이란 등 적대국가들을 향했지만 콜롬비아·리비아·콩고 등도 각각 마약과 원유 밀거래, 소년병사 모집과 성범죄 의혹 등을 이유로 제재 대상이 됐다. 파키스탄·소말리아·필리핀의 테러단체 추종자들과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 구성원들도 제재 명단에 올랐다. 최근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의 법무 및 내무장관에 대해서도 자국 출신 목사를 부당구금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제재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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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가 제재를 애용하는 것은 사전 통보나 사법적 검토 없이 신속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인 상황에서 미국의 금융 제재 대상에 오르는 것은 경제적인 사형이나 매한가지다. 오르디 키트리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제재 조치는 많은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매우 싸다”며 제재 효용론을 펼쳤다.

특히 북한에 대한 고립작전과 같이 협상 테이블로 상대를 불러내는 효과도 있다. 앞서 오바마 정부 역시 동맹국과의 제재 공조를 통해 이란을 JCPOA에 사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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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도한 제재가 미국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재망을 빠져나가는 국가들 간의 연대가 강화되면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제재는 다자간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인데 대이란 제재의 경우 미국은 EU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대북 제재에서도 중국·러시아 뿐 아니라 한국과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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