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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먹방 방치가 국가의 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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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먹방 규제가 국가주의라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비판이 ‘성공작’이라는 평가가 나와 인터넷 먹방을 봤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니 447만개나 나왔다. 조회수 2173만회 먹방에서는 BJ가 아무 말 없이 26분 만에 닭다리 16개를 해치운다. 아삭아삭·쩝쩝·후루룩 소리가 자극적이다. 여성 BJ는 55분 만에 라면 10개를 먹었다. “맛있어”를 연발하며 “같이 끓이세요. 같이 먹는 라면이 그렇게 맛있다오”라고 권한다. 구독자 268만명의 최고 인기 먹방 BJ는 엄청난 양의 자장면을 순식간에 먹고 짬뽕 한 그릇을 비운다.

이런 먹방의 컨셉은 폭식이다. ‘간짜장 곱빼기+작은 수박’ 정도는 애교다. 공중파나 케이블TV 먹방은 기름·설탕 등을 듬뿍 쳐서 맛을 낸다. 건강한 음식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먹고 싶다”는 댓글도 많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8/7

요람에서 무덤까지 8/7

고도비만(BMI 30 이상) A(28)씨는 인터넷 유명 먹방을 즐겨본다. 그때는 꾹 참는다.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나서 시킨다. 대부분 기름지고 단 음식들이다. 비만 전문가인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먹방의 악영향이 자명해 별도로 연구할 필요조차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미국 등의 선진국은 유명 요리사가 TV에서 어떻게 하면 애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일지 알려준다”며 “한국식 먹방이 판치는 데가 드물다”고 말한다.

먹방은 아동에 특히 해롭다. 영국 리버풀대학 연구에서 건강에 해로운 음식 먹방을 본 아동이 건강식이나 다른 영상을 본 그룹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26% 많았다. 언론진흥재단 조사(2016)에 따르면 10대의 27%가 1인 방송 보는데, 게임(78%·복수응답) 다음이 먹방(38%)이다. 청소년, 20~30대 비만 증가가 위험수위다.

과식·음주·흡연 등은 늘 인내를 시험한다. 누군가 개입해야 한다. 소비자가 싫어해도 담뱃갑에 흉측한 그림을 붙이고, 설탕에 비만세를 매기고, 술 광고를 제한한다. 이걸 두고 “국가주의”라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참에 먹방 방영을 제한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지난달 말 정부 대책에도 그런 게 없었다. 다만 실태를 조사하고 유해성을 따져 경계령을 내리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 정도는 국가가 하는 게 정상이다. 방치가 국가의 할 일도 아니다. 국민 건강을 정략에 이용하는 게 공당이 할 일은 더욱 아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