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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조명 잔혹사 '시즌2'…SK가 중고차 쫓겨나자 벤츠·아우디가 꿰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고차 판매업은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이 철수했다. 반면에 규제를 받지 않는 수입차 업체 들은 중고차 판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3월 부산에서 열린 중고차 박람회 ‘부카 2018’ . [뉴시스]

중고차 판매업은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이 철수했다. 반면에 규제를 받지 않는 수입차 업체 들은 중고차 판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3월 부산에서 열린 중고차 박람회 ‘부카 2018’ . [뉴시스]

SK그룹은 지난해 11월 중고차 거래업체인 SK엔카의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2016년 8189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1위 중고차 거래업체였지만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SK그룹의 중고차 사업 철수는 예견된 일이었다. 2013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더는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SK가 떠난 이 시장에선 국내 중소기업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중기 적합업종 규제를 받지 않는 수입차 업체들이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고급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란 이름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들 3개사의 인증 중고차 판매량은 2016년 1만3401대에서 지난해 2만3168대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국내 업체만 동영상 콘텐트 규제 #유튜브가 광고시장 41% 장악 #대기업 떠난 자리 중국산이 점령 #‘LED 조명 잔혹사’ 반복될 수도

‘역차별 규제’가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외국 기업이 뛰어놀 공간만 넓혀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역점을 기울이면서 이런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 규제는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넘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으로 강화됐다. 기업의 강한 반발로 무산됐던 초과이익공유제는 ‘협력이익공유제’로 이름을 바꿔 다시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선 이대로 가다가는 2011년의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잔혹사’가 식품·유통업은 물론 의약품·정보기술(IT)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재연될 것으로 우려한다. LED 조명 잔혹사는 2011년 LED 산업이 중기 적합업종에 지정되자 삼성·LG전자 등 대기업은 사업을 축소했지만 그 빈자리를 필립스·오스람 등 해외 기업과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기업이 차지한 대표적인 규제 역차별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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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독주’로 굳어진 동영상 콘텐트 시장에서도 규제 역차별이 판도를 바꾸는 데 일조했다. 네이버·엠군·판도라TV 등 국내 업체 이용자들은 2009년 시행된 ‘제한적 본인 확인제’에 따라 실명으로만 동영상 콘텐트를 올려야만 했다. 그러자 방송·영화 속 영상을 편집해 실명으로 올렸다가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될 것을 우려한 이용자들이 유튜브로 대거 이동했다. 본인 확인제는 2012년 폐지됐지만 이미 유튜브가 동영상 광고시장을 41% 장악한 뒤였다.

곽대현 네이버 수석 부장은 “동영상 콘텐트 시장은 과거부터 축적된 콘텐트가 많을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한번 메인 플랫폼에 고객을 빼앗기고 나면 다시 고객 발길을 되돌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에는 규제가 너무 많기도 하지만 이 규제를 해외 기업에 적용하기에는 사법적 역량이 국경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역차별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전략연구실장은 “국내에 새로운 IT 융합 산업이 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규제를 유예해 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년·윤정민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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