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임수인(35)씨는 지난 1일 저녁 경기도 성남시 자택으로 퇴근하자마자 근처 PC방으로 향했다. 임씨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후 매일 퇴근 후 PC방에 간다”며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곳에서 게임도 하고 끼니도 해결하며 시간을 보내면 무더위를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폭염에 냉방 갖춘 업소 매출 급증 #어르신들, 지하철 타고 공항 피서도
전국의 PC방은 임씨 같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전국 최대 규모(700석)인 부산 ‘3POP PC방’ 관계자는 “지난달 손님 수가 전달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또 손님들이 평소보다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 PC방은 이달에 아르바이트생을 기존 6명에서 11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렸지만 예상보다 많은 손님을 감당하기 어려워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뽑고 있다. 국내 최대 PC방 프랜차이즈 아이비스의 가맹본부 관계자도 “가맹점 약 600곳의 하루 평균 매출액이 전년보다 5~10% 늘었다”고 설명했다.
폭염에 냉방 시설을 완비한 PC방, 당구장, 디저트 카페 등의 업소들이 ‘폭염 특수’를 누리고 있다. 당구장 프랜차이즈 ‘작당’ 관계자는 “전국의 20여 개 가맹점을 찾는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국내 1위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는 지난달 전국의 매장을 방문한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5%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북카페나 서점도 인기다. 지난달 27일 ‘심야 책방의 날’을 진행한 강원도 속초시의 서점 ‘문우당서림’(연면적 830㎡가량)에는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1시 평균 인원이 100명가량에 달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도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의 안식처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1일부터 31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2주간(7월 18~31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고, 고객 수는 3.6% 증가했다. 고객이 예상보다 많이 몰리자 이마트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전국 143개 점포 중 66개 점포의 영업 종료 시간을 30분~1시간 늦췄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남성패션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2.9% 성장했으며, 연령대별로 보면 40대가 가장 높은 성장률(12.1%)을 보였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40대 남성들은 주로 통기성이 좋은 반소매 티셔츠나 반바지 등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양산 쓴 남자도 많아졌다. 당산역 인근을 지나던 정모(48)씨는 “양산을 쓴 지 일주일 정도 됐다”며 “이번엔 너무 더워 견딜 수 없어 샀다”고 말했다.
반면 전통시장과 가두 매장은 폭염에 울상이다. 문성기(목3동 시장 민속떡집 운영) 서울시 상인연합회 부회장은 “최근 서울 재래시장 평균 매출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약 30%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꽃집을 하는 김모(61)씨는 “여기에서 30년 장사했는데, 너무 더우니 꽃 사는 사람도 줄었다”며 “생화는 내놓을 수 없어 선인장류만 전시한다”고 소개했다.
김민중·김정연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