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휘두르는 만능의 칼 ‘제재’…이번엔 터키 장관들에 부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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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에서 대화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월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에서 대화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터키의 법무 및 내무장관에 대해 금융제재를 가했다. 터키 측이 자국민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부당하게 구금하고 있다며 “석방하지 않으면 대규모 제재를 가하겠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경고한 데 이은 조치다.

미국인 목사 구금 이유로 터키 법무·내무장관 금융제재 #트럼프의 경고 트윗 2주 만에… 터키 "보복 나설 것" #NYT "나토 동맹국에 이례적"…IS 격퇴전 등 현안 우려 #

1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터키 관리들에 의한 브런슨 목사의 부당한 구금과 기소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 터키 압둘하미트 굴 법무장관과 술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에 대해 금융제재를 내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이 브런슨 목사의 체포와 구금을 지시했고 터키의 심각한 인권 침해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브런슨 목사는 50세로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이다. 지난 1993년 터키에 입국해 이즈미르에서 목회 활동을 해오다 2016년 10월 터키 당국에 전격 구속됐다. 당시 실패로 끝난 군부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흘라흐 귈렌(75)의 조직을 도왔다는 혐의다. 브런슨 목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그에게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터키 측에 구금돼 있다 최근 가택연금 상태로 바뀐 앤드루 브런슨 목사. 사진은 지난 7월25일 집에 도착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터키 측에 구금돼 있다 최근 가택연금 상태로 바뀐 앤드루 브런슨 목사. 사진은 지난 7월25일 집에 도착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트위터를 통해 “아무 잘못 없는 훌륭한 기독교인이 너무 오랫동안 갇혀있다”면서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지 않으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겠다. 미국의 위협적인 언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1일 미국이 자국 장관들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터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적대적인 것"이라며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제재는 중요한 나토 동맹국 정부에 대한 이례적인 조치”라면서 트럼프와 에르도안 간에 점증하는 불화가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지역 현안에 끼칠 영향을 우려했다. 미국은 시리아 내전에서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쿠르드족을 지원했고 터키는 이들이 터키 반체제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관돼 있다며 반발해 왔다.

미국 정부의 제재에 따라 터키 법무·내무장관은 미국 관할권 내에서 자산을 갖거나 자산에 따른 이권 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인들이 이들과 거래하는 것도 금지된다.

앞서 양국 접촉에서 터키는 미국에 있는 귈렌을 송환하면 브런슨 목사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브런슨 목사를 활용해 대표적인 반정부인사이자 20년 가까이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귈렌을 잡아들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6년 터키 검찰은 궐석 상태의 귈렌에게 무력에 의한 헌정질서 파괴, 무장 테러조직 운영, 테러 재정 지원, 불법 송금 등의 혐의로 2회 종신형과 1900년형을 구형했다. 사형제가 없는 터키에서 중복 종신형은 법정최고형이다.

펫흘라흐 귈렌. [중앙포토]

펫흘라흐 귈렌. [중앙포토]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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