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中 자동차업체 폭탄선언의 배경

중앙일보

입력

7월 31일까지베이치(北汽, 베이징자동차)는 베이징 지역 내자체 브랜드의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한다!

7월 20일, 베이치그룹 쉬허이(徐和谊)회장의 폭탄 발언이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측 파트너 회사 총수의 발언이기에 더욱 더 우리의 관심을 끈다.

중국 베이치 이달부터 베이징 내연차 생산 중단 #2025년까지 중국 전역서 내연차 사라질 듯 #

“혁신만이 살길이다. 예전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베이치에게 그 길은 ‘전면적인 신에너지화’다. 내연기관차의 시대는 끝났다. 베이치는 이제 내연차에서 손을 떼려고 한다. 하더라도 큰 규모는 아닐 것이다”

쉬 회장은 이렇게 '탈 내연기관(脱然 내연차 퇴출)'을 선언했다. 당장 8월부터다.

베이치 쉬허이 회장 [사진 이매진 차이나]

베이치 쉬허이 회장 [사진 이매진 차이나]

그는 이어 2020년까지 베이징 지역 내연차 판매 중단, 2025년에는 전국 범위 내연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쉬 회장의 ‘내연차 생산 중단’ 발언은 일순간에 베이치그룹을 여론의 중심에 올려놨다. 베이징자동차(BAIC)는 비야디(BYD)와 함께 중국 신에너지차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 TOP10 안에 이름을 올리는 회사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2018년 상반기 베이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5만 4000대로, 일년 전 같은 기간 보다 78.5% 증가했다. 중국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글로벌 시장 3위를 차지했다.

베이치 신에너지차 프리미엄 모델 [사진 텅쉰치처]

베이치 신에너지차 프리미엄 모델 [사진 텅쉰치처]

쉬 회장의 발언이 "쇼킹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베이치의 내연차 생산 중단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분석한다. 이같은 흐름은 최근 자동차 판매량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 베이치는 신에너지차 판매량 증가를 발판으로 단 몇 년만에 비야디(比亚迪 BYD), 상하이자동차(上汽)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업체가 됐다. 반면 베이치 자체 내연차 브랜드 판매량은 하락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 속 베이치가 내연차 생산 중단을 선언한 것은 크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전기자동차 혁신을 위한 중국 기업의 '결기'다. 최소한 내가 만든 브랜드 만큼은 가솔린차로 안만들겠다는 굳은 의지 말이다. 그런 결기가 중국 자동차 산업의 혁신을 앞당길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 더블 포인트 제도'탈 내연기관' 부추긴다

이같은 폭탄 발언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정책'과 관련 있다. 중국은 그동안 신에너지차 산업 발전의 동력이 됐던 '보조금 정책'은 축소하는 한편, '더블 포인트 제도'를 시행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해당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더블포인트(双积分) 정책: 내연차 생산시 마이너스(-) 포인트를, 신에너지차 생산시 플러스(+) 포인트를 적립하는 제도.

다시 말해, 신에너지 차량을 생산하면 가산점을 주고 내연차를 생산하면 점수를 깎아, 기업들이 신에너지 차량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신에너지 차량으로 얻은 포인트로 내연차 생산 포인트를 상쇄할 수도, 플러스 포인트가 모자라면 다른 기업에 포인트를 사다 메우는 거래도 가능하다.

'더블 포인트 제도'가 2018년 4월 1일 본격 시행됨에 따라 망설이던 합자(合资)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신에너지차 출시 계획을 발표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향후 2~5년 사이 중국 신에너지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군웅할거의 춘추전국시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베이치 신에너지차 프리미엄 모델 [사진 텅쉰치처]

베이치 신에너지차 프리미엄 모델 [사진 텅쉰치처]

포스트 보조금 시대, 신에너지차 업계 각축전 예고

지금까지 중국 신에너지 산업은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했다. 이제는 보조금은 점차 줄이는 추세고, 오는 2020년 직접적 지원책인 보조금이 전면 폐지될 예정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더블 포인트 제도'와 같은 우회적인 방법으로 발전을 촉진한다.

신에너지 자동차에 한해 신규 번호판 발급 우대 정책을 펼치는 것 역시 신에너지차 구입을 부추기고 있다. 중국에서는 차량 구입과 동시에 번호판을 발급 받아야 하는데, 대도시의 경우 번호판을 받으려면 돈도 돈이지만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번호판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은 내연차 대신 신에너지차를 택하게 하는 충분한 메리트다.

[사진 이매진 차이나]

[사진 이매진 차이나]

현재 중국은 명실상부 전기차 강국이다. 베이징자동차(BAIC), 비야디(BYD) 등 전기차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기차 배터리 세계 1위도 중국의 CATL(宁德时代 닝더스다이)이 차지하고 있다. 역시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국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한국업체를 포함한 외국업체들을 '열외'시켰다.

이런 가운데 더블포인트 정책은 중국 전기차 시장 발전에 한층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더블포인트 정책이 정식 시행된 것은 올해 4월이지만, 신에너지차 포인트 비율이 설정되는 것은 2019년부터다. 중국 공신부가 2017년 9월 발표한 '더블포인트 관리 방법'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신에너지차 포인트 비중이 10%와 12%를 차지해야 한다.

7월 20일, 광저우 웰선(威尔森 WELL SUN)정보과학기술회사 신에너지 부문 담당자 톈웨이둥(田伟东)은 '중국 신에너지 승용차 시장 발전 추세 연구 보고서'에서,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2020년 180만 대를 돌파할 것이며, 2030년부터는 신에너지차가 가격 측면에서도 내연기관차 보다 우세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오는 2030년 신에너지차가 전체 승용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이매진 차이나]

[사진 이매진 차이나]

거대한 내수 시장을 자랑하는 중국 자동차 시장 절반이 신에너지차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중국이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외국 자동차 업체 최초로 독자적으로 중국 내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7년 광저우 모터쇼에서 2019년부터 일부 전기차 모델 중국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의 경우 중국 전기차 연구개발 및 생산을 위해 약 100억 유로(약 13조 11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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