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요양병원 … 헬스클럽급 재활 vs 종일 침대에 방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돈벌이 요양병원 판친다 <하>

경남 창원시 한 요양병원 인생의 황혼기 어르신 이미지.

경남 창원시 한 요양병원 인생의 황혼기 어르신 이미지.

지난달 11일 찾은 경남 창원시 희연요양병원. ‘1등급’ 요양병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요양병원 의료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소비자 선택을 돕기 위해 보통 2년마다 요양병원을 평가해 1~5등급을 부여한다. 평가내용은 의료인력, 환자관리 등 다양하다.

심평원, 의료진·시설 등 5단계 평가 #간병비 추가 부담하는 곳 우수한 편 #열악한 곳은 욕실 없어 ‘수건 목욕’도

6층 입원실로 들어서자 마치 ‘헬스클럽’에 온 듯 활기가 넘쳤다. 뇌출혈 등 각종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다양한 재활기구 앞에서 일대일로 물리치료사 등의 도움을 받아 재활운동을 하고 있었다. 혈관질환으로 쓰러져 입원한 A씨(73·여)는 “다른 사람들이 운동하는 걸 보면 의욕도 생겨 자주 재활치료를 하다 보니 회복도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12일) 방문한 경북 B요양병원은 ‘5등급’이다. 전국 1500여 개 요양병원 중 급여를 허위 청구한 병원 등을 제외한 5등급은 48개. 이 병원은 이 중 한 곳이다. 1등급은 186개, 2등급 447개, 3등급 250개, 4등급 119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관련기사

병원 분위기는 전날 찾은 희연요양병원과 확연히 달랐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5~6인실 병실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침대였다. 침대와 침대 사이는 성인 한 명이 지나기 어려울 정도로 비좁았다. 침대 위에는 80~90대로 보이는 노인 환자들이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누워 잠들어 있었다. 몇몇 환자만 침대에 앉아 멍하니 음소거된 TV를 쳐다보고 있었다.

두 병원은 재활치료 수준에서도 차이가 있다. 희연요양병원엔 500여 명의 환자가 있는데 의사, 물리·작업치료사, 언어재활사 등 직원만 431명이다. 야간에도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간병인 등 75명이 근무한다. 뇌졸중 등으로 몸 일부가 마비된 한 환자가 로봇 치료기에 몸을 의지해 재활치료사와 함께 병원 가장자리를 맴돌며 걷는 연습을 하는 등 대부분의 환자가 재활치료를 하고 있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희연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식사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경남 창원시 성산구 희연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식사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김양수 희연병원 병원장은 “우리 병원의 가장 큰 목표는 가정으로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요양병원도 병원이니만큼 치료와 재활에 가장 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5등급 B요양병원은 재활치료실 대신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하는 것을 막아주는 물리치료실만 마련돼 있는 실정이다. 기자가 병원 관계자에게 재활치료는 가능한지 묻자 ‘현상유지’를 넘어 ‘재활’을 하기엔 시설과 인력이 부족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완쾌를 원한다면 시설 좋고 인력이 많은 다른 병원을 알아보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5등급 요양병원은 1등급에 비해 기본적인 시설도 열악한 편이다. B요양병원은 3층 여자 병실에 따로 샤워실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간병인 2명이 한 노인을 붙잡고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고 있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기본적인 가림막도 없어 이 목욕 장면을 다른 환자들이 멀뚱멀뚱 지켜봤다. 간병인들은 “환자 면회를 온 것이라면 목욕을 끝마칠 때까지 바깥에서 기다리라”고 말했지만 병원 복도엔 따로 앉아 있을 만한 의자도 없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희연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기구에서 운동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경남 창원시 성산구 희연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 환자들이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기구에서 운동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일반적으로 상·하위 등급 병원 간 비용 차이는 상당한 편이다. 일반 요양병원은 매달 40만~80만원의 입원비만 받고 간병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 그래서 4~6인실 병실이나 층마다 1명씩 배치된 간병인의 공동간병을 받는 실정이다. 하지만 희연병원은 한 달 간병비 6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B요양병원은 간병비까지 포함한 월 보호자 부담이 70만원이다.

자신에게 맞는 요양병원을 찾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선 심평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 공개된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결과를 토대로 추려 보는 것이다. 병원마다 기본 입원비가 있지만 환자의 상태 등에 따라 병원마다 차이가 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확인은 추가로 필요하다.

또 심평원의 요양병원 평가는 서류심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요양병원 운영자의 환자에 대한 철학이나 간호사·간병인의 친절도,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 등 정성적인 면은 포함돼 있지 않다.

강희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 요양병원이 평가 결과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돼 있는 것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서면평가 중심의 평가 외에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 등 정성적인 부분은 평가에 포함돼 있지 않다. 앞으로 이 부분이 보완되면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김호·김정석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