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카카오톡 기프티콘에도 인지세 매기겠다는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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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모바일 상품권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서비스 화면. [사진 카카오톡]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는 모바일 상품권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서비스 화면. [사진 카카오톡]

정부가 내년 7월부터 ‘카톡 선물하기’ ‘기프티콘’ 등 각종 모바일 상품권에 종이 상품권에 물리는 세금을 똑같이 부과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종이 상품권에 인지세 명목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한국밖에 없다. 인지세란 각종 문서·증서에 인지를 붙여 납부하는 세금을 말한다.

종이 상품권과 형평성 내세우지만 #인지세 부과하는 나라 한국이 유일 #관련 업계 “시대에 역행하는 규제”

정부가 형평성을 이유로 모바일 상품권 시장에도 세금을 물리겠다고 하자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는 업계에서는 “시대를 역행하는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8 세법 개정안에서 1만원을 초과하는 모바일 상품권부터 금액별로 200~800원의 인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세금을 부과하는 이유로 ▶모바일 상품권 시장이 커졌고 ▶종이 상품권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며 ▶유통 투명성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톡 선물하기’ 연간 거래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인지세는 카카오톡(카톡 선물하기)·SK플래닛(기프티콘) 등 상품권을 발행하는 사업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서 1만원을 초과하는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품권에 대해 인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자료 기획재정부]

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서 1만원을 초과하는 기프티콘 등 모바일 상품권에 대해 인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자료 기획재정부]

문제는 종이 상품권과 모바일 상품권의 발행 절차와 유통 과정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백화점 상품권과 문화상품권으로 대표되는 종이 상품권은 구매·결제·사용의 전 과정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일명 ‘상품권깡’(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현금으로 바꾸기)이나 비자금화, 위조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조폐공사가 각종 종이 상품권을 발행하고, 상품권을 발행하는 백화점 등 기업들이 국세청에 인지세를 납부해 왔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PC를 통해 구매하고 주고받는 모바일 상품권은 조폐공사 등 정부가 관여하지 않고도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된다. 대부분의 모바일 상품권이 커피·편의점 물품 등 3만원 미만의 소액 상품을 구매하는 용도이기 때문이다.

이제 막 크기 시작한 모바일 상품권 시장을 놓고 정부가 유통 투명성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주요 국가의 인지세 과세 범위 [금융결제원]

주요 국가의 인지세 과세 범위 [금융결제원]

정부도 인지세가 시대에 뒤처지는 처사임을 잘 알고 있다.

기재부와 금융결제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인지세를 과도하게 많이 부과하는 국가 중 하나다. 부동산·유가증권에는 대부분의 국가가 인지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채무보증에 인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일본, 도급·위임 문서에 인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일본·대만이 전부다. 상품권에 인지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기획재정부 스스로도 2011년 '전자수입인지 도입의 비용 및 효과 분석' 자료를 발표하면서 "인지세를 부과하는 문서는 축소되는 추세로, 한국·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가 부동산·유가증권 문서에만 인지세를 부과한다"고 설명했다. 인지세 부과 대상을 줄이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하는 정부가 형평성을 이유로 모바일 상품권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모순이다.

카카오톡·SK플래닛 등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정부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세금 부과로 인한 모바일 상품권 가격 인상, 시장 축소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지세가 붙으면 상품권 발행 기업과 상품권이 사용되는 점포의 수수료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상품권에는 이미 부가세가 포함돼 있는데, 여기에 인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모바일 경제 활성화를 장려해야 하는 정부가 되레 세금을 물려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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