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노숙자에게 “13만원 줄테니까 이마에 문신해봐”

(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 [프리큐레이션]

스페인 여행 도중 노숙인에게 돈을 주고 이마에 문신을 새기도록 한 영국인 관광객들의 '무개념' 행동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논란에 휩싸인 영국 관광객들은 최른 이른바 '총각 파티' 를 위해 스페인 동부의 베니도름을 찾았다.

이들은 관광 도중 34세의 폴란드 출신 노숙자에게 100유로(한화 13만원)를 주는 조건으로 노숙자의 이마에 일행 중 한 명의 이름과 주소를 문신으로 새겨달라고 제안했다.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인 노숙자는 문신 가게에 들러 실제 이마에 문신을 새기기 시작했지만, 너무 아파하는 바람에 마무리는 하지 못했다.

이대로 끝날 뻔한 일은 문신 가게가 '미완성 문신'을 이마에 새긴 노숙자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노숙자의 사연이 알려진 직후 스페인 베니도름 주민들 사이에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문신 가게도 사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노숙자의 근황을 알고 있는 한 여성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충격을 받았다. 인간적 입장에서 이건 역겨운 짓"이라며 "신체적·정서적으로 상처받기 쉬운 이가 처한 상황을 이용해 조금의 돈만 던져주면 재미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게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 여성에 따르면 이 노숙자는 황달과 알코올 중독을 앓고 있는 상태로 영국인들에게 받은 100유로 중 쓰고 남은 17유로(한화 약 2만2천원)는 해변에서 누군가에게 강탈당했다.

여성은 "노숙자들은 누군가 와서 100유로를 제안하면 그걸 받는다"면서 "슬픈 일이지만, 이들과 같이 취약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에서 일부 영국 여행객들이 저지르는 무개념 행동에 대해 더 폭넓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스페인 동부 지중해 휴양지로 알려진 베니드롬시는 고급 리조트로의 위상 변화를 위해 '무개념 행동'을 하는 관광객들에게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