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민주당 당권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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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잔류 민주당의 주도권을 놓고 구주류 측의 정통모임과 중도파 중심의 통합모임 간에 진행되는 당권 다툼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정통모임 회장인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은 16일 라디오방송에서 정대철 대표가 사퇴할 경우 자신이 당헌에 따라 대표직을 자동 승계하게 된다면서 "그렇게 안 하면 직무유기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당권을 중도파에게 넘길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친 셈이다.

통합모임이 제기하고 있는 구주류의 2선 후퇴 주장에 대해서도 "신당파와 정통모임 둘 다 나쁘다는 양비론은 옳지 못하다"며 "신당파만 이롭게 하는 그런 말은 자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통모임의 한 관계자는 "통합모임의 면면을 볼 때 당권을 주면 결국엔 그대로 신당에 갖다바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통합모임도 부산히 움직이고 있다. 간사인 강운태(姜雲太)의원은 15일 밤 鄭대표와 장시간 회동을 하고 "대표직을 계속 유지해 달라"고 집중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모임은 16일 오후 긴급 운영위원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통합모임은 朴최고위원의 대표직 승계는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鄭대표 붙들기'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통합모임 측은 ▶특위를 구성해 당 개혁의 전권을 위임하거나 ▶양측이 한명씩 추천해 공동대표제로 운영하자는 제안을 정통모임 측에 했으나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모임은 鄭대표에게 "대표직을 유지할 경우 鄭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鄭대표가 당 개혁을 주도하도록 적극 돕겠다"고 제의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표직을 사퇴키로 입장을 정리했던 鄭대표의 고민도 깊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태풍 때문에 조금 늦춰졌을 뿐 예정대로 이번주 중 사퇴할 것"이라며 사퇴 번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통합모임의 일방적 바람일 뿐, 굳이 잔류파 내부갈등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몇몇 지인들의 강력한 권유로 鄭대표가 많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당분간 鄭대표의 거취가 민주당 당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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