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미달’ 전투용 쌍안경 4억원치 납품업자 징역 3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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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충격에도 부서져 ‘성능 미달’인 전투용 쌍안경을 군에 납품하고 억대 이득을 챙긴 업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약한 충격에도 부서져 ‘성능 미달’인 전투용 쌍안경을 군에 납품하고 억대 이득을 챙긴 업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앙포토]

‘성능미달’ 전투용 쌍안경을 군에 납품하고 억대 이득을 챙긴 업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부장 임성철)는 입찰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납품업체 대표 이모(60)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이씨 회사 직원 최모(35)씨도 1심과 같은 형량인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씨 등은 지난 2013년 4월 중국 업체에서 만든 쌍안경을 모델로 삼아 품질 요건에 못 미치는 전투용 쌍안경 2002개를 만들어 육군에 납품하고 물품 대금 4억5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육군군수사령부(사령부)는 조달청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육군에서 사용할 전투용 쌍안경 2002개를 발주했다. 전투용 쌍안경은 적군이나 주변 환경을 관측하는 주요 장비다.

이들이 납품한 쌍안경은 품질 미달이었다. 크기, 무게는 물론 대상이 얼마나 명확하게 보이는가를 나타내는 척도인 분해능이 모두 군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내부 고정틀에 프리즘이 고정되지 않아 약한 충격에도 프리즘이 부서지는 하자가 발생했다. 낙하시험 기준에 맞추려고 쌍안경을 에어캡(일명 뽁뽁이)으로 감싸 아래로 떨어뜨리는 방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이씨는 가족이나 직원 등 명의로 다수 업체를 설립한 뒤 군이 의뢰한 입찰에 참가해 가격을 담합하는 방법으로 2012∼2017년 154억원 상당의 낙찰을 받은 혐의(입찰방해) 등도 있다.

1심은 “이씨 등은 국가조달 절차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적극적으로 담당공무원과 공모해 납품적합성을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며 “입찰자격을 가장해 피해자를 기망하는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많은 금액을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품질검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값이 싸고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국가 안전을 수호하는 군에 공급했다”며 “그 피해는 국민이 모두 떠안는 것이고 나아가 국방력 약화의 위험성마저 초래되는 등 국민경제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변명과 책임회피에 급급한 점 등을 종합하면 원심의 형은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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