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장관과 기무사 간부들이 공개석상에서 계엄 문건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인 가운데 기무사가 송 장관에 대해 폭로를 이어갔다. 25일 SBS에 따르면 이날 기무사가 국회에 제출한 송 장관의 발언 기록 보고서에는 송 장관이 세월호 사찰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언급한 내용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9일 간담회 때 민병삼 기무부대장이 작성했다는 '장관님 주재 간담회 동정'에는 송 장관이 "기무사의 세월호 민간 사찰이 수사할 사안이냐"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민 기무부대장은 송 장관의 발언에 대해 "기무사의 세월호 사찰은 수사할 정도가 아니라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 기무부대장은 "송 장관이 간담회 일주일 전 세월호 민간인 사찰을 수사하라고 해놓고 한 주 만에 말을 바꾼게 의아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앞서 24일 국회에서는 위수령 문건에 대해서도 비슷한 공방이 오갔다. 민 기무부대장이 "송 장관이 '위수령 문건은 문제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하자 송 장관은 이를 부인하며 "장관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맞섰다. 그러자 민 기무부대장도 "군인으로서 명예를 걸고 거짓말이 아니다"라며 진실공방을 벌였다.
송 장관의 위수령 관련 발언 역시 지난 9일 민 기무부대장이 작성한 문서에 기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사실이 아닌 것을 첩보 사항인 것처럼 보고하는 행태"라며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하는 증거"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송 장관과 기무사 간부들은 위수령 문건 보고 시간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송 장관은 지난 3월 16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이 문건에 대해 보고 받은 시간을 "5분"이라고 밝혔고 이 기무사령관과 민 기무부대장은 "20분간 보고를 했다"고 주장했다. 보고 시간 공방은 다음날인 25일 오전 국방부 고위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국방부는 보고 당일 이 사령관의 출입기록을 초 단위까지 공개하며 보고시간은 5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공개된 기록에 따르면 이 사령관은 장관실에 들어가기 위해 오전 10시 38분 36초에 신분증을 찍었다. 송 장관이 장관실과 같은 층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열린 국방과학연구소(ADD) 정기이사회에 참석한 시각이 오전 11시였으므로 보고는 그 사이에 이뤄졌다.
국방부는 이 사령관이 신분증을 찍고 들어온 뒤 10분 정도 대기하다가 50분부터 55분까지 장관에게 보고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무사 측은 "이 사령관이 장관실에 대기하지 않고 바로 보고를 시작해 20분 넘게 송 장관에게 이를 설명했다. 장관도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고 엇갈린 주장을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