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압박에…美항공 3사 웹사이트서 ‘대만’ 표시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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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차이나'로 표시된 브리티시항공 웹사이트 [AP=연합뉴스]

'타이완, 차이나'로 표시된 브리티시항공 웹사이트 [AP=연합뉴스]

미국 3개 항공사가 자사 웹사이트에서 ‘대만’을 삭제했다. 로이터통신은 ‘대만을 별도 국가로 표기하지 말라’는 중국의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외국 항공사 36곳에 공문을 발송해 대만·홍콩·마카오 등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처럼 기재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한 표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중국 민항총국(CAAC)은 “외국 항공사의 홈페이지나 안내 책자에 게재된 취항지 분류 등에서 대만·홍콩 등이 별도 국가인 것처럼 표현된 경우가 많다”며 이들 지역이 중국의 일부임을 분명히 해 달라고 촉구했다. 25일은 중국이 정한 마감 시한이었다.

그 결과 아메리칸항공과 델타항공의 웹사이트에서는 타이베이 공항 코드명과 도시명은 표시됐지만 ‘대만’이라는 국가명은 사라졌다. 하와이항공도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를 ‘타이베이, 타이베이’로만 표기했다. 다만 유나이티드항공의 웹사이트에는 여전히 ‘대만’이 표시된 상태다.

아메리칸항공 측은 “다른 항공사처럼 중국의 요청에 따라 명칭 변경을 시행했다”며 “항공 여행은 글로벌 비즈니스이고 우리는 우리가 취항하는 국가의 규칙을 준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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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에어캐나다와 루프트한자, 브리티시에어웨이 등 주요국 항공사들도 웹사이트에서 ‘대만’이 사라지도록 변경을 완료했다. 공문을 받은 국내 항공사 일부도 중국의 요청에 따라 홍콩·마카오·대만의 국가의 정보 분류를 ‘동남아’에서 ‘중국 및 홍콩·마카오·대만’으로 수정했다.

한편, 미 백악관은 지난 5월 초 성명을 내 이러한 중국의 요구를 ‘전체주의적인 헛소리’라고 비난하며 중국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로이터통신은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자국 항공사들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즉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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