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해지는 미·중 무역전쟁 … 떨고 있는 애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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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ㆍ중 무역전쟁이 점점 격해지면서 미국의 대표기업 애플이 좌불안석이다. 전쟁의 여파가 점차 애플을 옥죄고 있다.

매출 절반 미국·중국서 벌어들여 #중국산 수입품 전 품목 관세부과 땐 #‘아이폰 불매운동’ 확산 가능성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애플 아이폰 뒷면에 쓰인 ‘캘리포니아 애플에서 디자인됐고, 중국에 조립됐다(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는 문구가 애플의 성공 원인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이번 무역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아이폰. [중앙포토]

애플과 아이폰. [중앙포토]

애플은 중국의 인력과 제조시설을 활용해 아이폰을 조립함으로써 가장 수익성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자로 기록될 가능성도 큰 것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미·중 무역 분쟁 대상 제품에서 빠질 수 있었다. 지난 6일 고율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 340억 달러어치 상품 818개 품목에 스마트폰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 이후 140억 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품목에도, 최근 2000억 달러 규모의 품목에도 스마트폰은 빠져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애플 아이폰 가격이 미국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후폭풍을 잘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 담당인 데이비드 달러는 “베이징이 아이폰 판매를 압박하면서 보복에 나설 수도 있는 여건이지만, 양측 모두 조심스러워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계속 안전지대라는 보장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전 품목인 5000억 달러어치 모두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450억 달러어치의 스마트폰을 수입했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수입물량이 13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해 미국과 똑같은 규모로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9%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애플이 당연히 보복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중국에서 40여개의 애플 스토어를 운영 중이고, 세계에서 가장 소비 규모가 큰 앱스토어를 꾸려가고 있다.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산 제품에 가했던 ‘사드 보복’보다 더한 불매운동으로 이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조짐을 일찌감치 감지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최고지도부와 유대를 돈독히 했다. 4월에는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가 무역문제의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라는 직언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이 세제개편에 대한 선물로 380억 달러의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오면서 관련 세금을 한꺼번에 납부했고, 앞으로 5년간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대중 관세부과 품목에서 빼 온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애플의 지역별 매출. 미국과 중국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자료=애플, 룹 벤처스.

지난해 애플의 지역별 매출. 미국과 중국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자료=애플, 룹 벤처스.

애플은 지난해 2290억 달러(약 260조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미국(29.5%)과 중국(19.5%) 시장에서 벌어들였다. 양대 거점이 무역전쟁 여파로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은 애플에 위기 중의 위기다.

중국 정부 또한 애플이 엄청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불매운동으로 연결짓지 못하고 있다. 애플은 중국에서 직접 1만여명을 고용하고 있고, 공급업체인 폭스콘 등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150만명의 앱 개발자에게 일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애플은 중국에만 의존하는 생산전략을 고수하면서 위기를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이에 비해 애플의 라이벌인 삼성전자는 탈중국 생산체제에 성공하면서 미ㆍ중 무역전쟁 상황에서 애플과 비교하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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