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법관' 출신 대법관은 몇 명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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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7월부터 '인사 태풍'이 분다. 7~9월 각각 5명의 대법관과 재판관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물갈이 폭이 워낙 큰 데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회.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막강한 자리다. 대법관의 성향에 따라 주요 현안에 대한 법해석의 잣대도 크게 달라진다.

대법원(원장 포함 대법관 13명)에선 강신욱 대법관 등 5명이 7월 물러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6월 중순께 노무현 대통령에게 후임자를 임명 제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이달 말까지 각계에서 후보자 추천을 받는다.

헌재(소장 포함 재판관 9명)에선 권성 재판관이 8월에, 윤영철 소장 등이 9월에 퇴임한다.

◆ 정통 법관 얼마나 발탁될까=이번 대법관 인사의 핵심 포인트는 평생 법관으로 요직을 두루 거친 이른바 '정통 법관' 출신이 몇 명이나 대법관 자리에 오르느냐다. 일선 판사들은 후임 대법관 5명 중 최소한 3명은 현직 법관 중에서 발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현 정부 들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외부 인사가 충원되고, 서열 파괴 등이 큰 폭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재야.시민단체의 지지를 받았던 박시환 변호사와 김지형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관으로 발탁했다. 이에 앞서 2004년 8월에는 40대의 김영란 대전고법 부장판사가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특히 이번엔 재야, 대학교수, 검찰, 여성 법조인에서 한 명씩 발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럴 경우 정통 법관이 발탁될 소지가 줄어드는 것이다. 둘째, 대법원의 산적한 사건을 처리하려면 법리와 재판 경험이 풍부한 정통 법관이 필요하다는 게 법원 내부의 시각이다.

현재 현직 법관들의 내부 경쟁도 치열한 상태다. 김능환 울산지법원장과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유력한 후보다. 박일환 서울서부지법원장, 유원규 법원도서관장, 권오곤 유고전범재판소(ICTY) 재판관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권 재판관이 대법관으로 발탁될 경우 국제 관례상 임기 4년인 ICTY 재판관에 다른 국내 법조인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정통 법관을 한두 명만 임명 제청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외부 인사가 중용될 경우 판사들의 동요가 클 것"이라며 "이럴 경우 이용훈 대법원장의 위상도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학계.검찰 한 명씩 유력=이번 인사에선 학계 인사의 발탁 가능성도 크다. 법원조직법(제42조)은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이고,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을 15년 넘게 지낸 40세 이상을 대법관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대법원장으로선 법학자를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하면서 대법원 구성을 보다 다양화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서울대 양창수 교수가 유력한 후보다. 양 교수는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거쳤으며, 민법학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 외에 윤진수 서울대 교수, 김일수 고려대 교수 등도 후보군이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강신욱 대법관의 퇴임으로 검찰 출신 한 명도 대법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백 부산고검장, 안대희 서울고검장, 김희옥 법무차관 등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김영란 대법관에 이어 제2의 여성 대법관이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현재 전수안 광주지법원장과 김덕현 변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여성단체 등에서 대법관 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 헌재 재판관도 관심=헌재 재판관 임명을 놓고 보수.진보 세력 간에 신경전도 예상된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사건, 행정수도 특별법 등을 통해 정치적.사회적 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윤영철 헌재 소장의 후임으로는 이강국 대법관과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강국 대법관은 헌법 분야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홍훈 법원장은 법원 내부뿐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거부감이 적다는 평가다. 권성 재판관 후임은 한나라당의 추천 몫이다. 또 김효종 재판관의 후임은 여야가 공동으로 추천한다. 윤 소장과 송인준 재판관의 후임은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다.

하재식.백일현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4일자 3면 '정통 법관 출신 대법관은 몇 명?' 기사와 함께 신임 대법관 후보들을 소개한 표에서 윤진수(사진) 서울대 교수의 사진이 잘못 나갔습니다. 윤 교수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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