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동 의원 '술자리 동영상'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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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술집에서 민망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담긴 몰카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파문이 일고 있다. 문제의 동영상은 3일 오전 '놀란가슴'이란 ID의 네티즌이 한국여성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려 처음 공개됐다. 51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박 의원이 술집 여종업원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의 어깨를 팔로 두르고 옷섶을 헤치며 가슴을 만지는 듯한 장면이 담겨 있다. 동영상은 전문 촬영 장비를 사용한 몰래카메라 형태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과 여종업원은 카메라가 설치된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행동하고 있다. 두 사람 이외에 다른 동석자는 화면에 나오질 않아 동영상 제작자가 처음부터 박 의원을 겨냥하고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일부 인터넷 언론이 박 의원 관련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자 여성재단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러나 이미 P2P사이트 등을 통해 동영상이 급속도로 유포된 뒤였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3월 말께 지방선거 후보 영입을 위해 청담동에 있는 카페에 몇 차례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찍힌 것 같다"며 "당시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선배 등 5명이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가슴을 만지는 행동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누가 몰래카메라로 술자리를 찍은 뒤 악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만 편집해 선거를 앞두고 공개한 것 같다"며 "몰카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을 밝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영상이 공개되자 인터넷에는 "민생을 챙겨야 할 의원들이 왜 만날 술자리에서 난리를 떠느냐"는 등의 비난 글이 쏟아졌다. 한나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이번 동영상 유포 건을 계기로 공인의 사생활이 어디까지 공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동영상은 국민의 알 권리라는 공적인 기능보다는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 성격이 더 강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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