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특혜시대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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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도심에 있는 마오쩌둥(毛澤東) 동상에 대한 청소작업이 며칠 전 실시됐다. 1976년 마오 사망 후 집권한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하면서 중국 곳곳에서 상당수의 마오 동상이 철거됐다. 그러나 최근 농촌과 도시 빈민을 중심으로 마오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청두 AP=본사특약]

중국의 국가운용 틀이 바뀌고 있다. 개발과 성장의 외침이 낮아지는 대신 균형과 분배를 강조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5년간 신중국을 이끌었던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노선에 작지만 의미 있는 수정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자본을 특별히 배려하던 태도가 달라지고 있으며, 국내 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는 더욱 강해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자(外資)기업 간부는 "덩샤오핑 시대의 외국인투자 우대 정책은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과거를 되돌아본다=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2일 "공산당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덩샤오핑 노선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을 지배했던 개발 논리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개혁.개방의 기본 노선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다른 소식통은 "덩샤오핑과 장쩌민(江澤民)의 노선은 성장과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2003년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집권한 뒤 국가운용 철학이 '총체적 사회발전'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외자 유치를 통해 고속 성장에 매달린 결과 지역.개인 간 소득격차가 커져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골치 아픈 문제를 다독거리고 가지 않으면 지속적 발전이 힘들다는 것이 후 주석의 판단이라는 얘기다. 올 들어 강력히 추진되는 '신농촌 건설운동(한국식 새마을운동)'도 그 일환이다.

후 주석과 함께 출범한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정책 변화의 산실(産室)이다. 이 위원회의 정책은 ▶국내 기업 보호.육성 ▶외자 기업에 대한 특혜 감축.배제 ▶외국 기업의 선별적 유치 ▶핵심 분야의 국유기업 육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 외자도 당국 마음에 들어야=베이징의 한 외국기업 관계자는 "1990년대만 해도 외국자본은 무조건 환영이었으나 지금은 뚜렷이 달라졌다"고 털어놨다. 자본만 투자하는 건 곤란하고, 거기에 첨단기술이나 특허 등을 얹어야 'OK'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는 외국인 지배주주에 대한 견제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한국 기업도 이런 변화를 느끼고 있다. 지난달 제2공장 기공식을 마친 현대차는 공장 증설 조건으로 연구개발(R&D)센터와 엔진공장도 같이 지어야 한다는 중국 측 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 조선(造船) 회사들은 중국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핵심인 '크랭크 샤프트'의 기술 이전을 요구받고 있다. 원자력 발전소 진출을 타진하는 외국 기업도 같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장쩌민 시대의 핵심 과제였던 국유기업 개혁도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에너지를 비롯한 시멘트.자동차.철강 등 핵심 산업 분야에서 국유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국유기업은 경쟁력이 없다며 외면했던 과거와는 영 다른 모습이다.

베이징 = 유광종 특파원

◆ 선부론(先富論)=1978년 이후 중국의 경제발전을 이끈 덩샤오핑의 핵심 논리다. 성장 여건이 좋은 동부 지역을 먼저 개발해 얻은 성과를 내륙 지방으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 균부론(均富論)=성장 위주의 정책이 빚은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 후진타오 주석이 내놓은 새로운 개념. 농촌과 노동자 계층의 소득을 늘려 균형있는 발전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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