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학력고사 카운트다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입학력고사(12월 16일)가 앞으로 약 2개월 남았다.
수험생들은 심리적 압박감과 무리한 수면단축 등으로 자칫 심신의 건강을 해치기 쉽다. 이 같은 압박감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수시로 시험을 치르는 일반 중고생들도 마찬가지.
대입 수험생들의 경우 가을철로 접어들면 지금까지 착실하게 실력을 닦아온 수험생들도 다소 불안·초조감을 느끼게 마련이며, 일부 학생들은 신경쇠약·소화불량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학부모들의 적절한 뒷바라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한림대의대 신경정신과 석재호 교수(강동 성심병원)는 『평소 건강이 최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부모들도 막상 시험이 임박하면 수험생보다 더 불안감을 느껴 되레 수험생에게 짐이 되는 경우까지 있다』고 지적, 학부모들이 태연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자녀를 돌봐주도록 당부했다.
수험생 건강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인체의 리듬을 지켜줄 수 있을 정도의 부족하지 않은 수면 ▲생활리듬의 유지 ▲적절한 영양관리 등.
우선 잠은 뇌신경의 원활한 작용을 위해 5∼6시간은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보다 더 많이 잠을 자온 학생들의 경우 1∼2시간 정도의 수면시간 단축은 무방하다는 것.
「4시간 자면 합격, 5시간 자면 불합격이라는 「4당 5낙」과 같은 근거가 희박한 말에 얽매여 특히 10월 이후 무리하게 강행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성격이 상위의원이라면 이 같은 공부방식은 인체기능을 약화, 도리어 역효과를 내기 쉽다.
또 생활리듬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집중적으로 공부해 온 시간대(새벽·밤중·초저녁)의 공부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다. 또 적어도 1시간 공부한 뒤 10분 정도는 가벼운 몸놀림·피아노 치기·경음악감상 등으로 긴장을 풀어주는게 바람직하다.
정신을 맑게 한다며 암페타민이 함유된 각성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스트레스와 복합적으로 작용, 정신 장애를 유발할 위험이 높아 금물이다.
학습능률이 제대로 오르지 않아 불안한 학생들이 적용해 봄직한 것은 자기최면요법으로 이는 눕거나 앉은 자세로 온몸에서 힘을 뺀 뒤 「나는 할 수 있다」와 같은 일정한 말을 자신에게 한동안 계속 들려줘 정신집중을 하는 방법이다.
학부모들이 수험생 영양관리에서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자녀들이 장기간의 입시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소화기능이 부쩍 약화돼 있다는 점.
임현숙 세브란스병원 영양과장은 야간간식의 경우 위에 부담스럽지 않고 소화력이 높은 타락죽(물에 불린 쌀을 갈아 절반쯤 끓인 뒤 우유를 섞어 쑨 죽)·잣죽 등 유동식에 과일을 곁들거나 가벼운 스낵류와 우유 등 좋다고 권했다.
긴장과 스트레스의 해소를 위해선 하루 20분 정도로 자기 취미에 맞는 가벼운 운동을 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녹황색·담색의 신선한 채소, 동물의 간 등을 섭취토록 하는 게 좋다는 것.
이 같은 수험생 건강관리는 될수록 자녀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외곽지원」이 원칙이며 입시에 대한 부모의 불안감을 수험생 앞에서 드러내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특히 입시제도의 개혁 등 원초적 해결책이 급선무.
한편 석재호 교수는 ▲직업의 귀천이 비교적 적은 일부 선진국의 예 ▲사회사업분야 등에서의 신종 인기직업출현 ▲민주화에 따른 학력간 임금격차 해소가능성 등 올 들어 부모들의 지나친 일류대학 지향성을 경계했다.

<김영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