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스파이크·토스묘기 만발-좌식 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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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장애자올림픽 대회3일째 경기가 열린 17일 올림픽 주 경기장 등 각 경기장에는 전날보다 훨씬 적은 관중이 모여 쓸쓸한 대회 분위기.
올림픽 주 경기장의 경우 16일에는 1만여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모여 장애선수들의 인간승리를 지켜봤으나 17일에는 겨우 1천여 명만이 경기를 관람, 장애자 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보다 큰 관심이 아쉬운 정경.
○…17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는 충현교회에서 온 관중 2백여 명이 숨을 죽인 채 무언의 응원을 보내며 한국-불가리아의 골볼 경기를 관람.
골볼 경기는 시각장애자 3명이 한 명씩 번갈아 가며 방울이 들어있는 공을 굴리면 반대편 선수 3명이 공의 방울소리를 듣고 이를 막아내는 경기방식으로 관중의 이동 및 함성 등이 일체 금지되고 박수도 절도 있게 쳐야하기 때문.
○…17일 잠실 주 경기장에는 한국에 수학여행 중(10월 13일∼18일)인 일본구마모토(웅본) 현 구마모토고 남녀학생 4백 명이 본부석 맞은편 스탠드에 자리잡고 앉아 장애선수들을 열렬히 응원.
이들은 감청색교복을 입고 있어 눈길을 끌었는데 전자게시판 화면에 자신들의 모습이 나타나자 손을 흔들며 환호.
구마모토고는 이번 올림픽을 기회로 처음 한국에 수학여행 왔는데 「가와카미」양(16·1학년)은 『잠실 주 경기장이 웅장하고 매우 훌륭하다』고 찬사를 연발.
○…장애자올림픽 펜싱경기는 휠체어를 탄 선수들이 칼을 쥐고 팔을 뻗으면 상대방 팔꿈치에 닿을 정도로 휠체어를 고정시키고 시합을 벌여 순식간에 결판이 나는 한판 승부를 연출.
또 선제공격을 하면 허점이 드러나기 쉬워 서로 신경전을 벌이다 되받아 치기 공격을 주로 구사.
펜싱은 원산지가 유럽이고 다른 지역에 널리 보급되지 않아서인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금메달을 모두 차지하는 강세.
○…17일 오후 하반신장애자의 좌식 배구경기가 열린 상무체육관에서는 정상인 못지 않은 장애선수들의 강 스파이크와 절묘한 토스 묘기가 잇달아 관중들이 환호.
한국-이집트의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공을 따라 엉덩이를 재빨리 움직이는 민첩성을 보이며 시소게임을 펼쳤는데 이집트선수들은 힘을 바탕으로 한 강 스파이크를 구사해 박수를 받기도.
한국이 세트스코어 3-0으로 승리.
○…17일 잠실 주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시각장애자 1백m 경기에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12초대를 기록, 관중석에선 『나보다 낫다』란 탄성이 자주 터져 나오기도.
시각장애자 경기에는 각종 인도장치가 사용됐는데 1백m 경기는 한사람씩 음향신호자의 소리외침·호루라기·기타 음향장치의 도움을 받아 트랙을 달린 후 서로 기록을 비교, 우승자를 가리기 때문에 관중의 정숙이 절대 필요.
또 1천 5백m 등 장거리 트랙경기에서는 안내원이 선수의 손을 잡고 함께 뛰며 길을 인도해 이번 장애자올림픽 마스코트인 「장애자와 정상인이 함께 살아가는 2인 3각의 곰두리 정신」을 그대로 표현.
○…17일 오후 육상경기가 열리고 있는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는 관중 없는 쓸쓸한 시상식이 두 차례나 열려 대회본부 측의 경기 운영에 문제점이 있음을 노출.
이날 주 경기장에는 전날보다 훨씬 적은 1천여 명의 관중이 모였으나 이나마 경기가 거의 끝난 오후5시쯤에는 모두 귀가해버렸으며 척수장애 1백m 시상식은 2개 세부종목 시상식을 이보다 40여분 뒤에야 진행.
이 때문에 수상자들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텅 빈 그라운드에서 뒤처리를 하고 있던 일부 자원봉사자와 임원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메달을 받았다.
○…장애선수들은 자신들의 장애를 거의 의식하지 않고 일반인보다 훨씬 낙천적이고 즐겁게 행동해 눈길.
선수촌 국제센터 2층 상가를 찾는 선수들은 구내 유선방송의 음악에 맞춰 즉석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판매 여직원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사랑한다』 『결혼하자』며 익살을 떨기도.
자신을 화가라 밝힌 벨기에의 「마리오」선수(25·축구·뇌성마비)는 떨리는 손으로 한 판매 여직원의 초상화를 정밀하게 그려 줘 주위의 정상인들을 경탄케 하기도.
○…우체국·전신전화국 등 편의시설과 전자오락실 등이 있는 국제센터는 많은 장애선수·임원들이 붐비는 선수촌의 중심지.
2층 건물로 연건평 3백 30평밖에 안 되는 국제센터는 늘 1천여 명 이상의 선수들이 몰려 북적거리지만 어디를 가나 이용객들은 휠체어 등을 타고 차례를 기다려 정상인들을 부끄럽게 할 정도.
환전업무를 맡고 있는 선수촌 은행의 한 직원은 『장애자선수들은 기다리는데 익숙해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자기차례가 올 때까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동료들과 즐겁게 얘기하면서 기다린다』며 장애자들의 느긋한 마음자세에 놀라움을 표시.

<한국 금메달리스트(17일)
◇육상 ▲백민애(21·여·절단1백m) ▲손훈(19·뇌성마비 1백m) ▲이봉호(18·척수장애 1백m) ▲유희상(26·동)
◇탁구단체 ▲이해곤(35) ▲오화영(34) ▲강성훈(29)
◇수영 ▲김종우(24·배영 2백m)
◇펜싱 ▲최일주(28)
◇보치아 ▲윤강노(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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