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 직배 반대 법개정 운동으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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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20여일 동안 거세게 일었던 영화계의 미국 영화 직배 반대 투쟁이 앞으로 영화 법 개정 운동으로 확산, 장기화될 전망이다.
영화인 투쟁 위원회 (위원장 조문진) 는 그동안 미국 직배 영화 "위험한 정사"를 상영해오던 서울 명동의 코리아 극장이 13일을 끝으로 간판을 내림에 따라 일단 그들의 직배 저지투쟁이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는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현행 영화 법을 「영화진흥법」으로 개정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한편 계속 "위험한 정사"를 상영하고 있는 서울 신촌 신영극장 앞에서의 항의 시위도 병행해나갈 예정이다.
투쟁위원회는 이번 미국 영화 직배 파동이 근본적으로 미국 영화사들의 국내 직접 흥행을 가능토록 개방한 현행 영화 법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86년 12월 영화 법을 바꿀 당시 정부 당국이 미국의 통상 개방압력에 못 이겨 국내 영화계의 어려운 현실을 무시한 채 선뜻 문을 열어줌으로써 오늘날과 같은 사태의 불씨를 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쟁위원회는 한국영화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 미국 영화사의 국내 직접 흥행을 금지하고 ▲ 스크린쿼터제 (국산영화 의무 상영일수)를 현행 연간 상영 일수의 40%인 1백46일에서 50%인 1백83일로 강화하며 ▲ 국산영화 제작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영화진흥법」으로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쟁위원회는 최근 이 같은 입장을 민주·평민당 등 야당 측에 전달, 적극적인 공감을 받아냈다. 또 민공당 측에서도 이들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영화진흥법」이 올 회기 중 국회에서 다뤄질 공산도 크다는 것이다.
전봉초 예총 회장을 비롯해 예총 산하 각 문화단체들도 영화인들의 이 같은 주장을 지지하고 나섰다.
투쟁위원회는 또 여성단체들과도 연합, 미국의 저질·외설문화 추방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우리의 투쟁은 현행 영화 법이 개정될 때까지 꾸준히 계속될 예정" 이라고 밝히고 "UIP가 직배 영화 상영을 계속 강행해 나가면 우리의 투쟁은 미국 문화 전반에 대한 반대 운동으로 확산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투쟁위원회는 15일 오후 전체 영화인 대표회의를 열고 영화 법 개정을 위해 모든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 투쟁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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