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특혜…5공 비리의 온상|서울특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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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연간 2조2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제대로 감독하는 곳이 없었던 서울시가 5공 비리의 커다란 진원지로 국정감사의 추적을 받았다.
행정위의 국정감사를 통해 해부된 서울시는 권력형 특혜·정경유착·편파행정으로 얼룩진「비리의 특별시」로 드러나고 있다.
정경유착성 특혜에는 전두환 전대통령 친·인척이 예외 없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들과 밀착된 대기업이 편승하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이권을 따낸 대가로 일해·새 세대육영회에 성금을 갖다냄으로써 비리의 장막이 더욱 두터워졌다는 것이 야3당 측의 주장이다.
특혜의 대표적인 것을 따져보면 △서울시 소유 땅을 특정기업·단체·개인을 지정해(수의계약) 헐값에 팔아 넘기거나 △대형공사를 특정대기업과 수의계약 해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장사를 해주거나 △도시계획이 사전누설 돼 특정기업에 독점 제보되는 경우다.
우선 5공화국출범 80년 이후 올 8월까지 이런 식으로 시유지가 매각된 규모는 전체의 72.6%(77건·7만4천평)에 달하며 이순자씨의 새 세대육영회, 전경환씨의 새마을운동본부, 전기환씨가 실질관리를 했던 세림건설 등에 한건씩 혜택이 돌아갔다. 또 구속된 염보현 전시장에게 뇌물을 준 배종렬 회장의 한양(잠실 2만3천평·1백44억원), 롯데(신천동 6천7백평·41억원)가 시유지 수의계약특혜에 포함돼 있다. 롯데는 지난 7월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옆 상업용지 3천5백평을 당초 감정가격의 2백%로 내정된 매각예정가격보다 크게 낮은 감정가격의 1백20% 값으로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의혹을 더해주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유지매각특혜를 입은 새마을과 새 세대심장재단은 이 땅을 딴 데 팔아 버려 「땅 장사」로 상당히 재미를 봤다는 사실이다.
새마을본부의 경우 86년 수의계약으로 사들인 서울 여의도 「노른자위 땅」3백70평을 11일 (소유권이전기준)만에 딴 데로 넘긴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를 폭로한 서청원 의원(민주)은 이 땅의 전매로 그 자리에서 최소한 13억원의 전매차익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새 세대심장재단은 85년 사옥을 새로 짓는다며 신천동 서울시 땅 1천1백평을 17억원에 수의계약으로 사들인 뒤 2년4개월 뒤에 한신공영에 20억5천만원을 받고 팔아 넘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신으로 넘어갈 때 시가가 전매가의 2배인 40억원이라는 점으로 미뤄 새 세대 측과 한신 사이에 『부당한 뒷거래가 있었을 것』 (이동근·평민)이라는 게 야당 측 주장이다.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야당 측은 『지방재정시행령에 있는 국-공유지 재산의 수의계약 매각허용조항이 80년초 16개에서 24개로 늘어난 것은 시유지 및 체비지를 특혜로 넘기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아니냐』는 추궁에 김용내 시장도 문제점이 있음을 시인, 하나의 과제로 남겼다.
또 도시계획이 사전에 누설됐다는 강한 의심을 받은 곳이 양재동일대 땅 4만6천평으로 당초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있다 해제되기 직전에 신동아그룹에서 3만4천평을 무더기로 사들였다는 것이다.
이 땅은 일부 땅값이 10배 가량 뛰었다. 서청원·백남치(이상 민주) 의원 등은 『일해재단 10억원 익명 기부자로 말썽이 난 양정모 회장 대신 최순영 회장으로 바뀐 것은 특혜대가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5공 특위 쪽으로 추적대상이 되고있다.
건설행정의 난맥상은 설계·감리상의 특혜배정으로 81년부터 발주한 10억원 규모 이상의 대형공사 1백44건 중 36.8%인 53건을 한국종합기술에 넘긴 것으로 밝혀져 제도적 특혜라고 추궁됐다.
이를 서울시 측은 전문성과 정부투자기관을 이유로 내세우고있으나 부실과 이권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게 야당 측 지적이다. 서울시 5억원 이상 공사의 61%(1백12건)가 대기업과 수의계약 한 사실도 밝혀졌는데 탄천 하수처리장 4차 공사(현대), 우장산 근린공원공사(한양)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시에선 계속공사임을 내세우고 있으나 우장산의 경우 건축분야만 수의 계약하라는 조달청 지시를 어기고 토목공사까지 수의계약 한 사실도 밝혀졌다.
전 전대통령 연희동 사저 부근조경공사에 28억원의 시 예산이 투입되고 1천평을 시비로 산 사실은 서울시가 권력의 시녀역할을 했음을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특히 노량진수산시장의 운영권이전과정에서 전기환씨의 압력여부가 증인심문을 통해서도 집중 추궁됐으나 밝혀지지 않아 증언처리문제가 여야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을 멋대로 전용한 실례의 대표적인 것이 6·29이후 학원대책비로 서울시경에 20억원을 대준 것으로 김시장은 야당의 폭로에 『치안수요상 불가피했으나 목적에 어긋나는 지출을 사과한다』고 수긍하기도 했다.
이규동씨의 평화농장과 목동묘목납품을 수의계약 한 것이 염보현 전시장의 지시라는 답변을 얻어내 시중의 소문을 확인해주었다.
서울시 감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뒤처리문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례만 봐도 감사 받지 않은 특별시행정의 난맥상이 드러났다. 서울특별시는 국무총리실의 감독을 받게 돼있지만 사실상 아무런 감독도 받지 않는 「감사의 치외법권지대」였다. 이번 감사는 서울특별시에 대해 지자제 실시 등 제도적 감독의 필요성을 절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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