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노인·장애인 공제 확대…생계급여 최대 14만원 더 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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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채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인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채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혼자 사는 J(59)씨는 병에 걸려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주민센터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다. 센터 조사 결과 J씨의 소득ㆍ재산은 생계급여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J씨의 부양의무자인 86세 노모가 소유하는 집이 문제가 됐다. J씨 어머니는 고령으로 소득이 전혀 없고 기초연금 수급으로만 생계를 꾸렸다. 평소 앓는 만성질환 치료비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집값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금 넘기면서 J씨는 수급 자격을 얻지 못했다.

정부가 저소득층 소득 보장을 위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 부양의무제를 3년 앞당겨 폐지한다. 노인ㆍ장애인 부양의무자가 있는 J씨 같은 빈곤층이 내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생계급여 액수도 일하는 노인ㆍ장애인에 대한 소득 공제를 늘려 최대 14만원까지 더 준다. 보건복지부는 18일 범부처 저소득층 소득ㆍ일자리 지원대책 발표에 맞춰 이러한 정책 내용을 공개했다. 이번 대책은 저소득층 가계소득 악화에 따라 소득ㆍ일자리를 보장하고 소득 분배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생계급여 부양의무제 폐지 개요. [자료 보건복지부]

생계급여 부양의무제 폐지 개요. [자료 보건복지부]

당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초수급자ㆍ부양의무자 가구 모두에 노인이나 중증장애인이 포함되면 부양의무제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내년 1월에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있는 경우, 2022년 1월에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노인이 있는 경우에 부양의무제 적용을 받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를 앞당겨 내년부터 생계급여 수급자에 대한 부양의무제를 폐지키로 했다. 올 10월에는 당초 계획대로 주거급여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완전히 폐지한다. 2019년에는 생계급여까지 범위를 넓힌다. 다만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제 폐지는 2022년부터 실시된다. 이번 생계급여 부양의무제 폐지로 기초수급을 받지 못 하는 빈곤층 7만명이 새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일하는 7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겐 가구 소득 산정 시 근로소득 공제를 확대한다. 현재는 근로소득의 30%를 먼저 공제하고 그만큼 생계급여를 추가 지원한다. 앞으로는 근로소득에서 20만원을 먼저 공제하고 남는 근로소득의 30%를 추가 공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약 15만명의 생계급여액이 최대 14만원까지 증가할 수 있다.

서울에서 부인과 함께 사는 K(77)씨는 현재 근로소득 30만원, 기타 공적이전소득 34만원으로 소득 인정액이 약 55만원이다. 근로소득 30만원에서 30%(9만원)를 공제한 21만원이 소득으로 반영된다. 매월 받는 생계급여는 약 30만원 정도다. 그런데 앞으로는 근로소득 공제액이 9만원에서 23만원으로 크게 오른다. 실제 소득으로 반영되는 건 7만원이라는 의미다. 소득인정액이 55만원에서 41만원으로 줄고, 정부에서 받는 생계급여액은 44만원으로 14만원 늘어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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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보장을 위해 노인 일자리 사업은 확충된다. 군산ㆍ거제 등 구조조정 위기 지역 노인에게는 일자리 3000개를 추가 지원한다. 전국적으로는 내년에 올해 대비 8만개 이상 늘어난 60만개의 노인 일자리가 지원된다. 일할 수 있는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을 위한 자활사업 지원도 확대된다. 내년부터 자활근로 참여자의 급여 단가가 최저임금 대비 70%에서 80% 수준으로 인상된다.

기초연금은 내년부터 소득 하위 20% 노인에 한해 30만원까지 인상하는 쪽으로 추진된다. 당초 올해 9월에 25만원 인상, 2021년에 30만원 인상으로 계획돼 있었지만 노인 가구 소득 분배 악화로 조기 인상이 결정됐다. 소득 하위 20~40%는 2020년부터, 나머지는 2021년부터 기초연금 30만원을 받게 된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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