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의 장기 기증… 인대 기증받아 재기한 프로축구 신승경 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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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골키퍼인 신승경(26.사진) 선수 가족이 보은의 장기기증을 해 화제다.

신 선수는 3월 중순 팀 훈련 도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2004년 부산 아이파크에 입단해 올 시즌 초반 선발로 출장했던 주전 골키퍼다.

운동을 계속하려면 파열된 십자인대를 제거하고 이식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지난달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대를 기증받아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냈다.

그런데 신 선수 고향인 충북 제천에서 부모를 모시면서 씨없는 수박 농사를 짓고 있던 신 선수의 형 승우(35)씨가 지난달 29일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졌다. 병원에서는 회생 불능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가족들은 슬픔 속에 가족회의를 열고 승우씨의 장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기증하기로 했다. 그의 삶을 보다 값지게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아버지 신순선(67) 씨는 "2남3녀의 막내인 승경이가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선수 생활을 계속 할 수 있게 돼 보답하는 마음에서 큰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엄금선(66)씨를 비롯한 전 가족이 동의했다고 한다.

승우 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자신의 장기를 7명의 난치병 환자에게 이식해주고 세상을 떠났다.

신 선수는 "생전에 형은 지역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하는 등 사회 봉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삶의 마지막까지 남을 위해 착한 일을 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어머니 엄씨는 "장가도 못간 큰아들을 먼저 보낸 안타까운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다른 난치병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주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재활 치료 중인 신 선수는 이르면 10월쯤 출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는 "선수로서 새 생명을 얻은 만큼 가능한 빨리 복귀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부산 아이파크 박홍순 주무는 "구단 홈페이지에 큰 슬픔을 당하고도 남을 생각한 신 선수 가족에게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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