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행본 출판사|전문지 창간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단행본 출판사에 잡지 창간 바람이 불고 있다.
출판사 창간잡지들은 거의 출판사의 성격에 맞춰 문학·사회과학 등 전문지의 성격을 띠고있다.
이미 한길사의 월간『사회와 사상』, 형성사의 월간『흐름』이 9월호 첫선을 보였고 까치의 계간『경제와 사회』, 나남의 반년간지『사회비평』은 이 달 중 창간호를 내놓을 예정이다.
또「청하」는『현대시세계』와 『현대비평』을 계간으로 준비중에 있고「전예원」은 월간『여성문학」을 11월중 창간할 예정.
창간은 아니지만「일조각」은 무크지『한국사 시민강좌』를 반년간지로 바꿔 지난 9월에 발간했다.
지난봄엔 폐간되었던 계간문학지 『창작과 비평』,『문학과 사회』,『실천문학』등이 복간되어 문학지 판도를 바꿔 놓았으며,「신아」에서 계간『문학과 의식』을 창간한 바 있다.
이처럼 잡지창간이 단행본 출판사의 매력을 끄는 이유는 잡지등록의 자유화라는 외부적 조건 외에도 ▲단행본의 판매이윤을 잡지에 돌릴 만큼 자금사정이 좋아졌고 ▲전문출판에 치중하다보니 자연스레 관련 전문필진의 확보가 쉬워진데다 ▲역시 전문출판에 따른 출판 영역의 확대요구 ▲출판사 자체의 이미지 제고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출판영역의 확대는 단행본이 줄 수 없는 잡지의 기능 때문에 가장 큰 매력으로 손꼽힌다.
한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의 기사게재, 또한 한가지 주제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서의 기사형식은 단행본이 가질 수 없는 잡지만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 출판사가 출판활동을 통해 사회에 알리고 싶은 메시지의 전달 장치로서 잡지의 기능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몇몇 출판사가 무크지 발간에 힘쓰는 것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다.
출판사의 이 같은 의도는 창간잡지의 내용을 알아보면 확연히 들어 난다. 한길사의 『사회와 사상』은 「학문과 사상의 대중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 결었다. 한국의 근현대사·남북통일·노사문제 등 비교적 시사적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창간호인 9월호만 2만 5천부나 나가는 대단한 반응을 얻었다.
형성사의 『흐름』은 그달 그달의 주요흐름, 예를 들면 5공 비리 문제 등에 대한 개괄적 과정과 전망 등을 싣고 관련된 각종 성명서·보고서 등의 자료를 묶어 편집하고 있다. 또 노동자·농민·빈민·학생·반공해 등 문제를 매달 고정란을 두어 관련자료를 실을 방침이다.
「나남」과「까치」가 준비중인『사회비평』과 『경제와 사회』는 보다 학술적인 면에 무게를 둘 예정이다.
두 출판사측은 모두 구성에 있어 백화점식 나열을 지양하고 매호마다 한가지 테마에 대한 집중분석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출판계의 영역학대와 고급잡지의 활성화라는 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있는 출판사의 잡지발간은 이미 창간된 잡지의 성공적인 출발에 힘입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교양종합지나 여성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업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나남의 조상호 사장은『이미 단행본 출판을 통해 어느 정도 확보해 놓은 독자를 단행본과 관련된 잡지의 독자로 끌어올 수 있는 것은 기술의 문제만 잘 발휘한다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헌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