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높이 들라” 삼사자 군단 위로하는 잉글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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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사우스게이트(왼쪽) 잉글랜드 감독이 패배 직후 애슐리 영을 위로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사우스게이트(왼쪽) 잉글랜드 감독이 패배 직후 애슐리 영을 위로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우리는 23명의 사자를 얻었다.’ (더 선)

준결승전 패배에도 팬들 격려 쇄도 #윌리엄 왕세손, 리네커 선수단 치하 #14일 벨기에와 3위 놓고 한판 승부

‘영웅들, 여러분이 자랑스럽다.’ (데일리 미러)

12일 잉글랜드가 러시아 월드컵 4강전에서 크로아티아에 져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영국 언론이 뽑은 1면 타이틀이다. 연장 끝에 크로아티아에 1-2로 역전패한 잉글랜드 선수들을 향해 영국 언론과 팬들은 질책보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더 선은 ‘삼사자 군단’이라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애칭을 본떠서 선수들을 ‘23명의 사자’로 표현하면서 “눈물과 고뇌에도 잉글랜드 선수들은 우리의 자부심”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떨군 잉글랜드 선수들을 위해 “고개를 높이 들라”고 위로했다. 데일리메일도 “사우스게이트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 28년 만의 월드컵 4강을 이끈 가레스 사우스게이트(48) 감독에 대한 칭찬을 빼놓지 않았다.

1966년 홈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 이후 52년 만에 결승 진출을 기대했던 잉글랜드 팬들은 아쉬움을 표시했다. ‘축구 종가’의 자부심을 담은 응원 구호인 ‘축구가 집으로 돌아온다(Football is coming home)’를 외치던 잉글랜드 팬들은 전반 5분 키어런 트리피어(28)의 선제골이 터졌을 때만 해도 축제 분위기였지만 역전패하자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왕세손은 성명을 통해 “잉글랜드가 얼마나 실망했는지 안다. 하지만 고개를 높게 들라. 여러분들이 대단한 월드컵을 만들었고, 역사를 썼으며, 팬들에겐 믿음을 선사했다”고 치하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이었던 게리 리네커 BBC 해설위원도 트위터에 “젊은 선수들은 모든 걸 던졌다. 그들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이며, 잉글랜드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언론과 축구전문가들이 샴페인을 지나치게 일찍 터트렸다는 반응도 있었다. 사실 16강전, 8강전 등에서 2경기 연속 연장 혈투를 펼친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잡을 것이라 예상한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전 잉글랜드 대표 제이미 캐러거(40)는 자신의 트위터에 "잉글랜드의 선전에 3주 간 나라 전체가 떠들석 했다. 하지만 주인공은 크로아티아였다. 우리는 400만 명(크로아티아 인구)의 엑스트라에 불과했다”며 실망한 기색을 드러냈다.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25)은 “패배의 아픔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그래도 사람들의 기대보다 멀리 왔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면서 “우리는 자랑스러워 해도 된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잉글랜드는 14일 오후 11시 벨기에와 대회 3·4위전을 치른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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