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온 병용 이상적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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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탁구 여자복식 우승은 이에리사 감독(34)과 윤길중 코치(30)의 합작품.
여자감독과 남자코치라는 다분히 이색적인 이들 콤비는 강과 온을 범용한 이상적인 훈련방법으로 여자대표팀을 이끌며 우승의 터전을 일궜다.
윤 코치가 전담해오던 여자대표팀에 이 감독이 부임한 것은 87뉴델리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직후인 87년3월.
당시 경희대 팀을 맡고 있었던 이 감독은『잘해 나가고있는 윤 코치의 공을 빼앗으려는 것 같아 싫다』며 난색을 표했으나 협회의 강권과『이에리사 선배는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윤 코치의 부탁을 받고는 승낙하고 말았다.
이 감독은 대표팀에 들어온 후 윤 코치와 역할을 분담했다.
훈련계획작성 및 진행은 같이 의논해서 하되 이 감독은 선수들의 뒷바라지와 카운슬링 등 부드러움이 요구되는 목을 맡고 윤 코치는 체력훈련과 볼 박스훈련 등 강인함이 요구되는 분야를 책임지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선수들은「아버지」와「어머니」가 다 있는 정상적인 가정 생활하듯 훈련원생활을 하게됐다.
정규적인 훈련 외에 이들 코칭스태프가 시행해온 독특한 훈련 프로그램은 이미지 트레이닝 및 훈련일지작성.
이미지 트레이닝은 훈련 때 익혔던 전술패턴을 수시로 머리 속에 그려보는 것. 이 같은 방법은 휴식 때나 잠자기 전에 주로 하는데 실제로 훈련하는 것과 거의 같은 효과가 있어 24시간 내내 훈련하는 셈이 된다는 것.
선수들이 매일 하루훈련을 돌아보고 느낀 점·고쳐야할 점등을 기록해 나가는 것이 훈련일지 작성. 코칭스태프는 3∼4일마다 한번 씩 일지를 점검, 조언을 해줌으로써 선수들이 스스로 발전의 길을 열어 나가도록 해준다는 것.
서울올림픽 출전선수 가운데 양영자는 이 감독이, 현정화와 홍차옥은 윤 코치가 개별적인 집중지도를 해온 것도 특징.
각자 선수시절의 전형 및 관련 전형에 따라 개인교습을 해줌으로써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해 온 것이다.
이 감독과 윤 코치가 동시에 덤벼들어 열성적으로 진행시켜 온 것이 바로 양영자-현정화의 복식 조 훈련.
코칭스태프는 중국의 초지민·진정 조가 왼손잡이끼리 조를 이룬 독특한 복식 조라는 점을 감안, 오병만·추교성·박창익 등 왼손잡이 남자실업선수들로 가상 복식 조를 편성, 모의 실전훈련을 시켜왔다.
남자로 연습파트너를 짠 것은 중국선수들의 파워 있는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윤 코치는『오병만 등 남자선수들이 소속팀 눈치 봐가며 여자복식 훈련을 자기 일처럼 도와준 것이 우승을 따내게 한 밑거름이 됐다』고 밝히고『남자선수들이 때로는 양-현 조에 지는 일도 생기게 되면서 서울올림픽의 우승도 가능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윤 코치가 다 한 일』이라며『나는 그저 선수들의 말벗이나 되어 주었을 뿐』 이라고 겸손해 했다.
아직 미혼인 이 감독은 74년 사라예보 세계대회 단체전 우승의 주역으로 84∼85년 대표팀의 코치로 있다가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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