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도 장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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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진해가 세계의 두 궁사를 낳았다. 30일 오후 88서울올림픽 화랑 양궁장에서 진해의 아들 딸 박성수(18·진해종고 3)와 왕희경 선수(18·진해여고 3)의 활이 과녁을 명중하는 순간 진해의 온 시가지는『양궁 진해 만세』를 외치는 시민들의 환호와 감격의 물결이 봇물처럼 퍼졌다.

<남자양궁 은 박성수 주변> "지독한 연습 벌레… 기어코 해냈구나"
박성수 선수 집에서는 아버지 박동춘씨(50·군무원)와 어머니 홍점순씨(49)를 비롯, 형· 누나 등 가족들과 친지들이『성수야 장하다. 우리막내 만세』를 외치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은메달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웃주민 황창희씨(58)는『귀여운 성수가 세계최고 궁사가 됐다니 자랑스럽다』면서 쌈짓돈을 꺼내 막걸리 한말을 사서 동네잔치를 열고 어깨춤을 덩실거렸다.
특히 올림픽메달 유망종목인 양궁에서 박군과 왕희경 선수를 출전시킨 진해시민들은 지난27일 개막식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과녁을 지켜보다 이날 왕 선수와 함께 박 선수의 은메달이 확정되자 일제히 환호했다.
진해종고 코치 장종식씨(53)는『박성수는 학교에서 가장 열성적인 연습벌레』라며『오늘의 영광은 땀흘린 결과』라고 했다.
연습도중 과녁에 꽂힌 화살 꽁무니를 정통으로 맞혀 먼저 쏜 화살 속으로 꽂힌 화살이 3개. 이중 1개는 모교인 진해종고에 보관중이고 2개는 아버지 박씨가 가보로 간직하고 있다. <진해=허상천 기자>

<여자양궁 은 왕희경 주변> "가냘픈 손 부르터 한때 말렸었는데…"
경남 진해시 여좌동 왕희경 선수 집에는 이른 아침부터 승전보를 기다리던 이웃주민 1백 여명이 축하잔치를 벌였다.
왕 선수 집 앞 하성슈퍼 주인 하현언씨(36)는『양궁 진해의 명예를 더욱 빛내줘서 자랑스럽다』며 맥주1상자를 즉석에서 내놓아 축하.
주민들은 특히 왕 선수와 국교동창인 진해종고의 박성수가 나란히 은메달을 따내 기뻐했으며 진해시내 전체가 왕 선수나 박 선수의 축하 환영준비에 들떠있다.
『양궁을 시작하면서부터 매일 몇 십리씩 걷는 데다 손이 부르트고 입안이 헤지는 등 피로에 지친 모습을 보고 양궁을 그만두라고 말렸으나 용하게 참았어요.』어머니 오수자씨(44) 는『기어코 메달을 따낸 딸이 자랑스럽다』고 울먹였다.
현대건설 이라크 건설공사장에서 10여 년 간 일해오다 지난해 9월 귀국한 왕 선수의 아버지 왕종만씨(46)는『처음 해외에서 딸이 양궁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말렸으나 희경이의 선택이 옳았다』며 기뻐했다.
한편 이날 조익래 경남지사와 김영동 진해시장은 왕 선수 집을 방문, 금일봉을 전달하고 왕 선수의 선전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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