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24주기에도 안보인 김정은, 일주일째 오리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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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김일성 주석의 24주기인 8일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연합뉴스]

북한의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김일성 주석의 24주기인 8일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사망일(7월 8일)에 금수산 궁전을 참배했다는 보도가 9일에도 나오지 않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일 이후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동정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한의 당‧정‧군 고위 간부들이 8일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명단에 김 위원장의 이름은 없었다. 통신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 고위 간부들이 참배했다고만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역시 이날 1면에서 김 주석의 24주기를 맞아 전국 각지에서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찾아 꽃바구니를 진정했다고 보도했지만 김 위원장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지난해 7월 김일성 주석 사망일 맞아 금수산궁전 참배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7월 김일성 주석 사망일 맞아 금수산궁전 참배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 위원장은 집권한 지난 2012년부터 23주기인 지난해까지 매년 0시에 조부와 부친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북한 매체는 이를 당일 오전 신속하게 보도해왔다.

김 위원장의 동향 보도는 지난 2일 신의주 방직공장과 신의주 화학섬유공장 등 신의주 일대 공장 현지지도가 마지막이다. 이후 일주일째 김 위원장은 별다른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은 평양 고려호텔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측 정부 대표단과 환담하면서 김 위원장이 남북 통일 농구 경기를 관람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지금 우리 국무위원장께서 지방 현지지도 길에 계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김 위원장의 현장시찰과 관련된 내용 역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방북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 기간 애초에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방북에 동행한 타라 팔메리 ABC 방송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백악관이 사전에 북한 지도자를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올해에는 김일성 사망일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제사회에 선대 지도자들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추론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센토사 섬에서도 자신은 선대 지도자들과 다르다는 점을 미국 측에 이해시키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매년 참배를 갔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면 이례적”이라며 “실제 참배를 했는데 보도만 없는 것인지, 다른 의도로 참배를 가지 않은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관련 동향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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