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유도 「희망」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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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유도는 과연 화려했던 옛 영화를 잃고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는가.
서울 올림픽에서 연3일째 참패를 거듭하고 있는 일본유도 팀의 관계자들은 비탄에 잠긴 채 이 같은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다.
유도경기 첫날「호소카와」(세천신이 28·60kg급) 가 패하고 둘쨋날「야마모토」(산본양우·28·65kg급)가 중도 탈락할 때까지만 해도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려 했던 일본유도 관계자들은 3일째인 27일 믿고 믿었던「고가」(고하임언·20·71kg급) 마저 3회전에서 나가떨어지자 아연질색, 말문을 잃고 말았다.
「일본유도의 희망」으로 일컬어지는「고가」는 일본 소설에 나오는 명치시대의 전설적 유도영웅인「스가다·산시로」에 비유되곤 하던 선수.
1m67㎝의 작은 체구이나 화려한 기술과 악착같은 승부근성을 갖고 있는「고가」는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각종 국내외 대회에서 단 한차례의 패배도 기록하지 않음으로써 일본인들의 사랑과 애정을 듬뿍 받았었다.
87세계 대회에서는 비록 3위에 그쳤으나 그것은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여겨졌고, 따라서 그 기량으로 보아 서울 올림픽 우승은 확실한 것으로 믿어졌던 것이다.
어쨌든 일본유도는 서울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4개 획득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 노선으로 꼽았었는데 이미 3개의 금메달을 허공으로 날러보냈으므로 남아있는 선수 모두 우승하지 않는 한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게 됐다.
남아있는 선수들 가운데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는「오사코」(대박명신·28·86kg급) 와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오카다」(강전홍륭·21·78kg급)는 당초부터 금메달의 기대가 높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유도로서는 최악의 위기에 처해있는 셈이다.
일본유도는 70년대 중반 이후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반타작하는데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일본대표팀의「우에두라」(상촌춘수) 감독은 이번 올림픽에서의 부진에 대해『한국 관중
의 일본견제를 주목적으로 하는 응원, 심판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으로 선수들이 제 페이스를 잃고 허둥거리다 졌다』면서 경기장의 텃세를 주된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NHK-TV의 해설자로 방한중인 일본의 유도 영웅「야마시타」(산하태유)는『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가 꼽고 있는 문제점은 ▲무도관과 강도관 사이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한 대표팀 관리의 부실 ▲대표선수 세대교체의 실기 ▲일본유도 인들이「포인트 위주의 유도」보다「큰 기술위주의 유도」를 선호하는 경향 ▲지도자 및 선수들의 나약해진 정신상태 등으로 요약됐다.
김상철 유도대 교수 등 국내 전문가들은 일본 유도가 오래도록 정상을 독주하다보니 어떤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그러나 일본유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니 곧 제 위치를 찾게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독 유도 계의 대부인 한호산씨 (51) 는『일본유도가 60년대의 환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면서『체력보다도 기술을 우선시 하는 태도는 세계 유도 계의 수준이 평준화되어가고 있는 현 추세에 미뤄볼 때 낡은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했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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