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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교사를 부드럽게 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달 교수채용 사례금으로 4백만 원을 학원 측에 낸 10여명의 교사들이 스스로의 비리를 폭로하면서 재단으로부터 사례금을 되돌려 달라는 요구를 했을 때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컸다.
그 후 한 달 동안 교직비리에 대한 자성과 고발, 그리고 학원정화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영주고 교사들은 부교재 채택 뒷거래를 고발하면서 일체의 채택비를 거부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고 교련은 사학재단의 비리척결을 촉구했으며, 여수국교 교사들은 「신뢰받는 교사상 정립결의」를 전국적으로 호소했다.
또 경북 점촌 고교 교사2O명은『부교재 값을 비싸게 받아온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양심선언을 했다.
교사들의 비리에 놀라고, 교사들의 양심 선언에 흐뭇해하면서 우리는 새삼 오늘의 교육현장을 재점검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이 교사들로 하여금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하는 일을 저지르게 했는가를 우리 모두 냉정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3O여 년 교단을 지켜온 노 교사는 5년 밖에 안된 대기업 사원인 아들의 월급봉투 60만원에 대견해 하면서도 자신의 월급 50만원을 생각하며 비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수만 명의 사범대 출신 예비교사가 줄서서 기다리는 교수적체 현상을 뻔히 보면서 4백만 원의 채용사례비를 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고 자문할 것이다.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과 비리 한가운데서 교사만이 외로운 학처럼 의연히 외다리로 서야만 하는가 라고 되물을 수 있다.
성적위주의 교실,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속에서 인격과 인간 됨을 가르치고 사랑의 교육을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가. 어느 누가 우리의 교사들을 향해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낙도에서 오지에서 외롭게 교단을 지키는 수없이 많은 숭고한 정신의 교육자가 우리주변에는 있다. 자신들의 비리를 과감히 폭로하고 척결의 의지를 보인 우리교사들의 양심이 살아있는 한 우리 교육의 장래는 밝다.
그러나 교육현상을 왜곡하고 오염시키는 교육의 풍토와 제도적 불 합리가 개선되지 않는 한 우리 교육의 장래는 밝아지지 않는다는데 더욱 큰 문제점이 있다.
모든 지방의 공식 행사 때마다 교직자들을 앞자리에 앉힌다는 「교사예우지침」도 겉치레의 우대로서 나쁠 것은 없지만, 공무원 월급체계를 대기업의 80%선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정부·여당의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교육공무원의 처우는 더욱 개선되어야 한다.
교직자의 부정을 제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박봉」의 해결 없이 존경받는 교사상을 기대할 수 없다.
채용을 해마다 늘리면서 적체현상을 해소함과 아울러 채용의 과정 또한 공개시험을 통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사법대학의 정원은 축소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끝으로 문교당국은 장기적인 비전을 통해서 현재의 입시위주 교육을 전인교육 또는 직업교육 양성의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다각적이고 능률적인 대안을 지속적으로 연구, 시행해야 한다.
교육의 질은 개개인의 양심보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전반적으로 향상 발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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