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in] "인문학 위기 타파, 대학 밖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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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수유+너머에서 강좌를 들은 김지은 아나운서의 말이다. 대학 강의식 공부를 예상하고 수유+너머를 찾았다가 '함께 만들어 가는 삶'을 경험한 것이다. 김씨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내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를 준 수유+너머가 부디 직장인들을 위해 늦은 밤 강좌를 많이 열어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혔다.

노르웨이 오슬로대에서 한국학을 가르치는 박노자 교수도 수유+너머의 독특한 분위기를 잊지 못한다. 그는 방학 때마다 수유+너머에 와서 강의를 한다. 박 교수는 '시민대학'으로서의 기능에 주목했다. "수유+너머는 소장 학자 간의 자율적인 학문 토론.생산 공간이자 학문을 대중화하는 일종의 '시민 대학'이다. 대중과의 소통 단절이 지금 우리 인문학 위기의 본질 중의 하나인데 수유+너머는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라이트(신보수) 운동을 펼치는 신지호 자유주의연대 대표의 시각은 이들과 다르다. 그는 "수유+너머의 뿌리는 좌파 학술운동이었으나 세상이 바뀌자 지금은 제도권 밖에서 '대안 담론'을 만들어 내는 쪽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유+너머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것이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런 점은 수유+너머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과도 연결된다. '우리 사회 현실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이들이 주로 파고드는 '근대성 비판 담론'의 경우, 1990년대만 해도 사회적 영향력을 미치는 주제였다. 무엇보다 마르크스를 얘기하던 사람들이 탈근대적 관점에서 새로운 진보 운동을 펼치는 것으로 이해됐다. 고병권 대표도 "근대성 비판담론은 이제 일반화돼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학계의 소일거리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식 게릴라'의 생명력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수유+연구와 인문학의 현재.미래를 생각하는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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