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골프샵] US오픈에서 가장 많이 티샷한 타이틀리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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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올해 US오픈 우승자인 브룩스 켑카는 용품 사용 계약을 하지 않고 타이틀리스트 공을 쓴다. [AP=연합뉴스]

올해 US오픈 우승자인 브룩스 켑카는 용품 사용 계약을 하지 않고 타이틀리스트 공을 쓴다. [AP=연합뉴스]

남자 골프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은 정상급 골퍼들의 샷 경연장이다. 골프업체 입장에선 치열한 마케팅 대결장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어떤 공을 사용하는지, 어떤 클럽을 쓰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70년 연속 골프공 인기 1위 #올해 참가 선수 중 68%가 사용 #용품료 안 내는 대회선 더 각광 #특허 많고 직접 제작 … 불량률 낮아

올해 US오픈에서 선수들이 가장 선호한 골프공은 타이틀리스트 제품이다. 타이틀리스트 공을 쓴 선수는 68%인 106명이나 됐다. 2위 브랜드인 캘러웨이(12%)의 5배가 넘는다.

타이틀리스트는 32명의 선수가 사용했던 1949년 점유율 1위에 올라선 이래 US오픈에서 70년 연속 사용률 1위를 기록했다. 타이틀리스트 프리미엄 공인 프로 V1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재 중 특정 브랜드가 이렇게 오랫동안 압도적인 1등을 한 사례는 흔치 않다. 한국에선 오리온 초코파이, 글로벌 시장에선 코카콜라 정도다.

마스터스 챔피언 패트릭 리드는 용품 사용 계약을 하지 않고 타이틀리스트 공을 쓴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스터스 챔피언 패트릭 리드는 용품 사용 계약을 하지 않고 타이틀리스트 공을 쓴다. [로이터=연합뉴스]

골프용품 계약을 하지 않는 선수가 더러 있다. 용품사에서 주는 사용료를 포기하더라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자유롭게 쓰는 게 낫다고 여기는 경우다. 이 선수들이 무슨 공을 쓰는지를 통해 선수들의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인 패트릭 리드와 US오픈 챔피언인 브룩스 켑카는 아무런 계약도 하지 않고 타이틀리스트 공을 사용했다. US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토미 플릿우드는 나이키가 용품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에도 나이키 클럽을 계속 사용한다. 그러나 공은 타이틀리스트 제품으로 바꿨다.

전 세계 프로골프 투어에서 타이틀리스트 프로 V1의 점유율은 약 72%다. <그래프 참조> 미국에선 남자, 한국에선 여자 투어에서 타이틀리스트 사용률이 낮은 편이다.

타이틀리스트 커뮤니케이션팀의 에릭 소더스톰은 “용품사들은 인기 있는 투어에 집중 투자한다. 자사 용품을 쓰는 조건으로 선수에게 거액의 사용료를 준다. 타이틀리스트도 우승 보너스를 주긴 하지만 경쟁업체보다 훨씬 액수가 적다. 따라서 인기 높은 투어에서 타이틀리스트의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말했다.

프로골퍼에게 거액의 공 사용료를 지급하는 탓에 선호도와 실제 사용률이 달라지는 왜곡현상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용품사들의 후원이 거의 없는 대회의 사용률을 통해 선수들의 볼 선호도를 짐작할 수 있다. 용품 사용료가 없으니 선수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공을 쓴다고 가정할 수 있다. 미국대학 여자골프 챔피언십에서 타이틀리스트의 점유율은 94%였다..

각 투어 타이틀리스트 프로V1 사용률

각 투어 타이틀리스트 프로V1 사용률

라이더컵이나 프레지던츠컵에서도 골프공 선호도를 알 수 있다. 이런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는 세계랭킹 상위권으로 대부분 거액의 사용료를 받는다. 포섬 매치(한 팀의 두 선수가 공 하나로 경기)에서 한 팀의 두 선수가 쓰는 공이 다르면 어떤 걸 선택할까. 타이거 우즈 같은 압도적 위상을 가진 선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신의 공을 포기하고 타이틀리스트를 쓴다.

PGA 투어에서 뛰는 브라이언 하먼은 다른 브랜드의 공을 쓰다가 지난해 2인조 경기인 취리히 클래식에서 동료 선수의 타이틀리스트 공을 쓰게 됐다. 그는 "바람이 불 때 예전에 사용하던 공에서는 나오지 않는 퍼포먼스가 나왔다"면서 바로 공을 바꿨다. 하먼은 다음주 대회에서 타이틀리스트 공으로 우승했다. 골프 선수들 사이에서는 타이틀리스트 공에 대한 이런 사례가 종종 나온다.

타이틀리스트 볼은 왜 70년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을까. 이 회사 이홍우 이사는 “골프 볼은 매우 예민하다. 코어 위치가 정 중앙에 놓이지 않는 기본적인 오류는 물론 표면의 페인트를 고르게 칠하지 못하는 사소한 문제에도 공은 30~40야드씩 벗어날 수 있다”면서 “타이틀리스트는 코어 제작부터 마감 검수까지 어떤 작업도 하청을 주지 않고 직접한다. 그래서 불량품이 1천만개 중 하나 꼴”이라 했다.

타이틀리스 골프공의 또 다른 강점은 특허다. 볼 관련 특허를 10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골프 특허 중 47%를 타이틀리스트가 갖고 있다. 코어, 커버, 공법, 딤플 디자인, 페인트, 코팅까지 소재에서부터 절차까지 특허 등록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다른 브랜드의 골프공을 구입하는데 해마다 1억원 이상씩을 쓴다. 타사 골프공이 특허를 침허했는지 검사하기 위해서다. 지적재산권을 지나치게 보호해 후발 업체들을 견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선수들로부터는 가장 완벽한 공이라는 신뢰를 받는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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