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경험 있고 학벌 좋기에 성폭행 아니라는 안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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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혼인경험 있는 학벌 좋은 여성이라 위력 안 통했다"…안희정 변론 논란

“(김지은 전 정무비서는) 아동이나 장애인이 아니고 혼인 경험이 있는 학벌 좋은 여성으로서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를 버리고 무보수 자원봉사로 일할 정도로 주체적이고 결단력 있는 여성이다. 성적 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상황에 있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는다”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 측의 변론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여부를 결혼 여부나 학벌 등을 기준으로 삼아 주장한다는 점에서다.

안 전 지사 측 대리인 오선희 변호인(법무법인 대륙아주)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해당 표현은 사건의 관건인 '위력에 의한 성관계 여부'를 부인하는 데서 나왔다.

오 변호인은 “언론에 나와 피해를 호소했다고 해서 이성 간의 성관계나 스킨십이 성폭력이 될 수는 없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로 볼 수 없는 정황들도 공판 과정에서 입증할 것”이라며 김 전 비서의 '행실'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예고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에 비서 김지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상조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재판에 비서 김지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상조 기자

이에 대해 3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이선경 변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성범죄 피해 여부는 학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실제로 엘리트, 전문직 여성들도 직장에서 성추행·성희롱을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이유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김수정 활동가 역시 이 보도에서 “학벌이나 결혼 여부로 (개인의) 주체성을 판단할 순 없다”며 “당사자가 실제로 주체성을 발휘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는지 그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데 (권력관계를 감안할 때) 절대적으로 주체성을 가질 수 있는 조건도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사건 자체가 아니라 피해자의 이력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저열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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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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