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 높아질 「과도기 정국」 어디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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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치권의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이후의 위기설은 정가의 한쪽에 여전히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위기설을 크게 나눠보면 대충 세 갈레다.
▲여권이 여소야대의 상황을 참지 못하고 체제수호 등을 빙자해 초헌법적 조치를 취할 경우 ▲야당이 특위· 중간평가 등을 이용해 여권을 급박하게 몰고 나가 단기승부로 나가는 경우 ▲학생운동권· 재야가 정치권의 급격한 전도를 꾀할 경우 정치의 정상적인 흐름이 중단되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는 추측들이다.

<위기는 오는가>
우선 주목을 끄는 것은 여소야대 상황에 대한 여권의 강한 불신과 회의의 흔적들이다. 윤길중 민정당 대표는 여소야대를 『책임과 권한이 불분명한 기형적 상황』 이라고 했고 체제수호 발언을 한 김용갑 총무처장관은 『올림픽 후 좌경세력을 뿌리 뽑으려할 때 여소야대의 정치권에서 지원할지 심히 염려스럽다』 고 했다.
이는 여권이 여소야대의 실체를 겪으면서 『이런 형태론 정국을 이끌 수 없다』 는 결론을 내린 것 (박실· 평민)으로 받아들여졌고 야대 질서개편을 위한 『다각적 방법론이 모색』 (김정길· 민주) 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투영됐다.
그와 같은 우울한 전망을 하게되는 요인으론 우선 노 정권과 민정당의 정국주도와 관리능력 문제다.
특히 △노 정권과 전 전 정권과의 분리 및 결별의 어려움 △본격화될 특위정국에서의 5공 비리와 광주문제해결의 미숙함 △공권력의 계속적 실추 △물가문제와 노사대결확산 등 『어느 문제도 민정당으로선 벅차지 않은 게 없다』 (민정 L 의원) 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의 극복이 실패할 경우 여권은 초헌법적 방법에 매력을 느끼게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권이 조직적으로 초헌법적인 반전시도를 하지 않더라도 범여의 어느 구석에선가 불쑥 그런 위기가 솟구쳐 나올 수도 있다. 예컨대 좌경세력확산에 대한 정치권· 공권력의 해결능력에 의구심을 갖고있는 우익 쪽이 체제수호를 명분으로 내걸 수 있고 그것이 광범하게 수용될 여지는 있는 것이다.
야권 쪽에선 지난번 오홍근 부장테러, 내무부의 신 우익론 (양동안 교수) 책자 배포 등을「우익준동」 (서청원· 민주) 의한 단서로 보고 있다. 군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도 『군은 현재의 정치· 사회 흐름에 상당히 부정적』 이라고 했고 『군이 격앙돼 있는 것 같다』 (계주환· 민정) 는 분석도 있다.
올림픽 후 노 정권은 좌경세력 척결을 우선 과제로 내걸고 공권력을 동원하는 등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럴 때 좌경 쪽은 학생· 재야 그리고 노조와 연합전선을 형성, 체제타도로 맞서 나올 가능성이다. 이 경우 이념대결은 정치권 전체로 확산되고 정치권의 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위기설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다. 정치권은 위기설에 부정적이다. 올림픽 이후를 위기로 보고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박준병 민정당 사무총장은 『위기설을 배제한다』 고 일축하고 있으며 야권의 대세도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위기설을 부정하는 근거로 현 정치질서 유지에 대한 노 대통령과 야권 3김 총재간의 이해일치를 들고 있다. 4당 어디에서도 현 질서를 깰 자신이 없고 구조개편을 주도했을 때 「결정적 이익」 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게 4당 구조를 유지하는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향이 잡히진 않았지만 아직 운동권의 가을투쟁, 학생과 재야의 체제도전 및 반정부시위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학생들이 혼란상황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며 한계를 지킬 것』 (조세형· 평민) 『극좌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자제할 것』 (김광일· 민주) 이라는 신중한 전망이다.
군의 정치개입문제에 대해 민정당 의원들은 『6·29 이후 군도 본연의 위치를 찾고 있다』 (심명보), 『혼란이 극한에 이르지 않는 한 군부에 명분이 없다』 (박준규) 는 식의 인식을 갖고 있다. 야당 측도 『군은 5·17 이란 개입으로 결코 재미를 못 봤다는 교훈을 갖고 있다』 (강신옥) , 『민주세력의 성장으로 군의 개입은 성공하지 못할 것』 (이해찬· 평민) 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결국 올림픽 이후 좌경문제와 5공 비리 등 특위 정국운영에 따라 정가에 긴장의 진폭은 있을지라도 파국적인 위기상황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 「보합세정국」 (문정수· 민주) 이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위기의 본질은 보다 깊은데 있다. 즉 이와 같은 보합세로 가다가는 민정당으로 표현돼 있는 현 집권세력이 영락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여기서 민정당이 정국변화를 시도할 여러 가지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없지 않아 올림픽 후의 정국에 의외의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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