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 요코, 피카소를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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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일본의 전위예술가 오노 요코(70)가 스페인 출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를 간발의 차로 눌렀다. 14일 나란히 한국 전시가 끝난 두 작가는 각기 6만2천2백명과 6만1천7백명을 불러모아 1만명 동원도 힘들다는 현대미술전시 목록에 새 기록을 보탰다.

특히 오노 요코는 1999년 서울 태평로에서 문을 연 로댕갤러리 사상 셋째로 많은 관람객이 들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18만명이 든'개관기념전-로댕과 지옥의 문'이나 14만명이 찾았던'백남준 전'이 모두 명성과 지명도에서 오노 요코의 회고전을 멀찍이 앞서는 전시들이어서 이번 6만명 관람객 기록은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술평론가들은 '오노 요코'전에 기대 이상으로 사람들이 몰린 까닭을 작가의 도전 정신과 세계 평화를 위한 예술혼에서 찾고 있다. 호암갤러리에서 열린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 판화전에 방학을 맞은 학생과 가족 단체 관람이 많았던 반면 '오노 요코'전의 주요 관람객층이 젊은 여성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시를 기획한 태현선 삼성미술관 전임연구원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눌린 여성들의 정신과 마음을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미술로 풀어준 오노 요코에게 자매혼을 느낀 젊은 관람객층의 뜨거운 호응"을 이번 관람객 동원의 배경으로 꼽았다.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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