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양호 회장 횡령·배임 혐의 영장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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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땅콩 회항 변호사비 회삿돈으로 #사무장약국 운영, 부당 이익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김종오)는 이날 조 회장에 대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하고 조 회장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조 회장은 부친인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이 외국에 보유했던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은 혐의로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회장과 그의 남매들이 미납한 상속세는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 금융계좌에 보유한 잔고 합계가 10억원이 넘는데도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상속세 포탈 부분은 더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영장 범죄사실에는 담지 않았다.

조 회장은 조 회장 일가가 소유한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거둬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조 회장은 ‘땅콩 회항’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기소된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대신 지불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2000년부터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에서 약사와 함께 ‘사무장 약국’을 운영하며 수십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남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조 회장은 15시간 넘게 이어진 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오는 4~5일께 열릴 전망이다.

한편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비리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시작된 이래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씨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또 경찰이 ‘물벼락 갑질’로 논란을 일으킨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검찰이 반려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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