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한국전처럼...' 개최국 승부차기 징크스 생긴 이에로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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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한국에 패한 뒤 눈물을 흘리는 스페인 주장 페르난도 이에로. [중앙포토]

2002년 한일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한국에 패한 뒤 눈물을 흘리는 스페인 주장 페르난도 이에로. [중앙포토]

16년 전. 2002년 6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대회 개최국 한국과 만난 스페인의 주장 페르난도 이에로는 승부차기에서 끝내 눈물을 흘렸다. 4번째 키커 호아킨 산체스가 찬 킥이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에 막혀 승부의 추가 한국 쪽으로 기울었다. 결국 한국의 5번째 키커 홍명보가 성공시키면서 한국의 5-3 승리로 끝났다. 스페인에겐 충격적인 결과였다.

16년 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이에로는 스페인의 감독을 맡아 바깥에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이번 상대는 대회 개최국 러시아. 그러나 조별리그에서도 확실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스페인은 16강전에서 많은 활동량을 보인 러시아에 좀처럼 시원스런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결국 120분 승부 끝에 러시아와 1-1로 비긴 스페인은 승부차기를 펼쳐야 했고, 승부차기에서 3-4로 패하고 말았다. 월드컵 개최국과의 '승부차기 징크스'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말 그대로 얄궂은 운명이다.

2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러시아에 승부차기에서 패한 뒤 안타까워하는 스페인의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 [AP=연합뉴스]

2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16강전에서 러시아에 승부차기에서 패한 뒤 안타까워하는 스페인의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 [AP=연합뉴스]

이에로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직전 스페인대표팀을 맡았다. 전임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와 갑자기 계약을 진행하자 스페인축구협회가 전격 경질 조치를 하고, 협회 기술이사로 있던 이에로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스페인을 맡아 조별리그 1승2무(승점 5)의 성적을 내고 B조 1위로 16강 진출엔 성공시켰지만, 확실한 색깔을 보여주진 못했단 평가를 받았다. 토너먼트에서 달라진 결과를 기대했지만, 16강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발목이 잡혔다. 공교롭게 선수 시절이었던 16년 전처럼 개최국을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패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끝내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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