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권력과 대립하던 손턴 동아태차관보 지명자 은퇴키로

중앙일보

입력

미국 국무부에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를 총괄하던 수전 손턴 동아태 담당 차관보 지명자가 이달 말 은퇴한다.

6개월 여 '지명자' 꼬리표 못 떼다 결국 은퇴 #국무부 내 아시아 전문가 거의 명맥 끊어져

 수전 손턴 미국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가 지난 4월 24일 방한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수전 손턴 미국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지명자가 지난 4월 24일 방한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손턴 차관보 지명자가 7월 말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세계에서 여러 도전적 임무를 담당해 온 그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턴 지명자는 지난해 12월 차관보에 지명됐지만 의회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지나치게 중국에 우호적이다" 등의 이유로 '지명자' 꼬리표를 떼지 못한 채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로써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과 중대한 북·미 추가 협상을 앞둔 국무부에서 지난 2월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이어 아시아 외교전문가가 거의 사라지게 됐다.
중국어와 러시아어에 능통한 손턴은 1991년 국무부에 들어간 이후 27년 여 동안 주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한 정통파 외교관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선 손턴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추진하는 데 앞장 선 경력 등을 거론하며 자질을 문제삼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경우 사퇴 전 인터뷰에서 "그녀를 국무부에서 쫒아낼 것이다. 그들(국무부 대화파)은 지금 두려움에 오줌을 지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의회의 공화당 보수파 인사들도 이에 가세했다.

수전 손턴 동아태차관보 지명자가 지난해 12월 당시 렉스 텔러슨 국무장관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

수전 손턴 동아태차관보 지명자가 지난해 12월 당시 렉스 텔러슨 국무장관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

손턴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대화파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이 '손턴 차관보 지명'을 강행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난 3월 트럼프와 갈등을 빚던 틸러슨이 전격 경질되며 손턴의 입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곤 협상 준비팀에서 거의 배제되기도 했다.

손턴의 퇴임으로 그동안 북·미 회담을 사실상 혼자 도맡아온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국무부의 인적 쇄신과 더불어 대북 진용 보완에 나설 전망이다.

손턴의 후임으론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연속 협상을 벌였던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 국방부에서 중국과장으로 일했던 대니얼 블루멘털 미국기업연구소(AEI) 아시아연구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블루멘털은 중국에 강경한 보수파 인사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AEI에서 함께 근무하며 호흡을 맞춰 온 사이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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