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맨 앞자리선 좋은 음향 못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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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좋은 콘서트홀은 잔향(殘響)시간도 충분히 길어야 하지만 양쪽 귀에 음향 시그널이 도착하는 시간이 약간 차이가 나야 합니다. 그래야 입체감과 방향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맨 앞자리는 시각적으로는 무대와 가깝지만 반사음보다 직접음 위주로 들리기 때문에 좋은 좌석은 아닙니다."

'콘서트홀의 음향 디자인' '건축 음향학'등의 저서를 낸 세계적인 건축음향학자 안도 요이치(67)고베(神戶)대 명예교수는 이번 학기에 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해외 석학 초빙교수로 한양대 건축공학부 대학원에서 가르치고 있다.

"뉴욕 링컨센터에 있는 뉴욕 필하모닉 홀은 1962년에 개관 후 음향이 나빠 78년에 전면 개.보수를 한 뒤 이름까지 바꿨어요. 하지만 지금도 음향에 대한 불만이 많아 완전히 새 건물을 지을 계획입니다. 처음 지을 때 잘못 지으면 예산만 낭비하고 맙니다."

안도 교수는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霧島)에 있는 기리시마 국제음악당(800석)을 직접 설계했다. 단풍잎 모양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은 콘서트홀이다. 94년부터 매년 7월 기리시마 국제 음악제가 이 곳에서 열린다.

"기리시마 시청에서 제게 건축 자문을 맡겨왔어요. 건축가도 제가 직접 지명할 수 있었으니 음향 설계자로서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건축설계가 끝난 다음 음향 디자인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요."

안도 교수는 기리시마의 풍광에 취해 아예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자그마한 집을 직접 설계해 살고 있다. 여름 내내 아내와 단둘이 살면서 집필 활동에 전념한다. 그의 작업실에는 좌우에 책상이 하나씩 더 있다. 시스템 키친에서 쓰고 있는'스리 베이 시스템'이다. 한쪽은 뭔가 만드는 작업 도구, 한쪽은 읽고 쓰는 곳, 나머지 하나는 계산하고 그리는 곳. 대뇌 우반구와 좌반구를 골고루 자극해 학습 효과를 높이는'창조적 작업 공간'이다. 안도 교수는 29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리는 대한건축학회에서'건축의 시간적 디자인과 인간 삶의 세 단계를 위한 환경'이라는 제목으로 특강한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lully@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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