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코스의 「친위 쿠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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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8일 오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사우·마웅」 미얀마 국방장관겸 군 참모총장이 이끈 쿠데타는 군부 보수세력의 반정부세력에 대한 마지막 저항이며 대대적 유혈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대규모 유혈사태 이후 군은 일단 병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후 반정부세력이 군을 공격할 때마다 「마웅」국방장관은 반정부세력이 군을 자극하지 말라고 요구하고『그럴 경우 국가는 독립을 잃을 것이며 그때 우리는 예견할 수 없는 엄청난 위협에 처할 것』이라고 수차 경고해 왔다.
사실 그 동안 엄청난 반정부시위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군은 극히 일부세력(해군·공군일부)의 이탈을 제외하곤 육군의 반정부시위 가담 설도 나돌았으나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부대 주위에 참호와 바리케이드를 설치, 강화하고 정부소유 창고로부터 물자를 반출·비축하는 등 앞으로 대처해야 할 사태에 착실히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후 미얀마 사태는 전혀 진정될 줄 모르고, 오히려 확산을 거듭, 정부가 다당제에 의한 총선을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 16일 미얀마 정부가 집권사회주의 계획당(BSPP)으로부터 군인·공무원·경찰을 탈당토록 함으로써 형식적으로 군의 정치참여가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군부의 등장을 전체로 한 사전조치였다는 분석도 나올 만큼 아직도 배후에서 세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네윈」의 연출이라는 분석도 나오고있다.
여기에다 최근 랑군 현지에서 나돌고 있는 「마웅·마웅」대통령과 「아웅·산·수·키」등 반정부지도자들과 정권이양 합의 설이 군인들로 하여금 행동을 취하도록 자극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마웅」의 쿠데타정권은『법·질서·평화를 회복하며 국민의 의식주 생활, 그리고 기업활동이 충분히 보장되면 민주주의와 다당제 총선 실시를 표방하고 있으나 이 같은 주장이 성난·국민들을 진정시킬 수 있을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한편 이번 쿠데타를 이끈 「사우·마웅」국방장관(59)은 39년간의 군 생활을 통해 실력자 「네윈」의 노선을 충실히 따라온 강경파로, 악명 높은 「세인·르윈」전 대통령의 오른팔과 같은 존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웅」은 또 지난달 반정부시위대에 발포를 명한 장본인이며, 이에 앞서 지난 3월 랑군 학생시위 때도 규정된 명령체계를 위반하면서까지 보병사단을 출동시켜 잔인하게 시위를 진압한 인물이다.
또 그의 측근에는 또 다른 강경파인 「탄·슈에」소장이 있는데 「슈에」는 「무자비한 야전사령관으로 부하들로부터 존경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인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미얀마 사태를 주시해온 방콕의 외교소식통은 실력자 「네윈」이 지난 8월 23일 「세인·르윈」전 대통령, 「마웅·마웅」대통령 등 고위 당정간부와 군 고위장성들이 참가한 가운데 비밀회의를 열어 광범위한 민주화운동탄압에 관해 논의, 적절한 시기, 늦어도 총선 이전에 친위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결정, 이번 쿠데타는 처음부터 예정된 코스였다고 전했다.
분석가들은 새로 구성된 군사혁명위원회의 의장인 「사우·마웅」장군이 오랫동안 「네윈」측근의 강경파였음을 지적하고 「마웅·마웅」정권의 퇴진이 권력구조상의 주요변화를 가져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랑군 방송에 따르면 새로 구성된 국가법질서확립위원회의 구성원 19인중에는 육·해·공군 사령관과 미얀마의 9개 군관구사령관 가운데 8명, 그리고 널리 증오의 대상이 되고있는 군 정보책임자 「크힌·눈트」대령 등이 포함돼 있다.
랑군의 소식통은 19일 사상최대의 시위가 열릴 계획이라고 전하면서 이 과정에서 군과 시위대 사이에 대규모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하고 있다. 설혹 군의 통제로 시민들의 19일 시위가 산발적으로 끝난다 해도 지금까지의 항쟁형태로 미루어 군사정부가 목적을 달성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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