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리프트식 점화 참신 소박하면서도 「LA」능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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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의 전통문화적 요소가 적절히 배합되어 외국인인 나로서는 대단히 흥미있는 작품이였다. 이런 표현이 적절할는지 모르지만 「맛」이 있었다.
우리 미국에서는 구성이 화려하고 기교가 뛰어난 것을 일컬어 「할리우드식」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는데 나는 개막식을 보면서 이말을 떠올렸다.
그러면서도 서울작품은 LA와 잘 비교가 된다. LA대회는 레이저광선을 이용하는등 쇼적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었는데 서울은 소재가 소박하면서도 치밀한 구성으로 쇼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었다.
「Welcome」이란 글자를 잔디밭위에 만들었을때 다른쪽 스탠드에 앉은 관중들을 위해 글자를 뒤집는데도 구성원 각자가 극히 적은 수의 동작으로 해내지 않았는가.
스타디움으로 뛰어드는 도입 성화주자로 손기정씨를 선택한 것은 적절한 것이었다.
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그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52년이 지난 지금 그의 현재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는데 이날 그의 역주는 이에 대한 답변이 되었다.
손씨는 성화를 임춘애양에게 건네준 후에도 나머지 트랙을 돌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했는데 이 장면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깊었다.
리프트로 3명의 젊은이를 하늘높이 들어올려 마치 높은 이상의 미래를 향하는 것처럼 성화대의 불을 밝힌 아이디어도 매우 참신했다.
그런 식으로 점화될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지켜보는 즐거움은 더욱 컸다.
LA대회때는 불을 성화대로 끌어올리는 파이프가 설치됐고 이를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었기때문에 「벌어질 일」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은 노태우대통령이 개회선언을 할때 왜 그라운드에 설치된 연단을 이용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모든 관중들이 볼 수 있는 그라운드로 내려와 개회선언을 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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