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 아프리카를 달린다] 上. 콩고서 인터넷 서비스 CK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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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아프리카 지역에 'IT 코레'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 기업 고명통상이 최대주주인 콩고코리아텔레콤(CKT)이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에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하는 것을 지켜본 주변 국가들이 자기 나라에도 통신망을 구축해 달라고 CKT에 잇따라 요청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콩고를 비롯, 가봉.앙골라.카메룬 등 중부 아프리카 국가들을 잇는 '코레 IT 벨트'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T 코레 바람의 진원지는 지난 3월 말 콩고의 수도 킨샤사의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회의. 전 세계 정보통신 담당 부처의 고위 관료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아프리카에서도 43개국이 참가했다.

당시 CKT는 회의장에 35대의 컴퓨터를 설치하고 초고속 광통신 인터넷망을 연결해 회의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인터넷을 쓰도록 했다. 아프리카에서 열린 ITU 회의에서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가 제공된 것은 처음이다.

CKT는 콩고의 기간통신 사업체로 한국의 KT 같은 회사다. 고명통상은 무역 거래를 하며 콩고 정부의 고위 관료들을 알게 된 것을 발판으로 아프리카 통신사업에 진출했다. 콩고 정부가 세운 유선 사업체 OCPT는 이용자가 5천명에 불과하고 장비도 낙후됐으며, 직원 월급을 1년 넘게 못 주는 상황이다.

"회의가 끝난 뒤 이웃 나라 가봉이 콩고와 비슷한 형태의 통신 합작 사업을 논의하자는 공문을 보내왔다. 앙골라.카메룬.코트디부아르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CKT 김종갑 사장)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유럽 기업들이 이동통신사업을 하고 있지만 초고속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유선망을 갖춘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콩고의 기간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는 CKT가 모델로 다른 나라의 눈에 띈 것이다.

김종갑 사장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든지 수도와 제2도시에서만 유선 사업을 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CKT는 콩고에서 초고속 인터넷 요금으로 월 1백50달러(18만원)를 받고 있다. 한국보다 5~6배 비싸다. 따라서 인구의 2%만 인터넷을 써도 이익이 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인터넷 이용 인구는 이동전화 이용 인구(4%)의 10분의 1 수준인 0.4%밖에 안된다. 통신업체들이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유선 인터넷 서비스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유엔개발기구(UNDP)와 세계은행 등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유선 인터넷망을 설치하라고 권하고 있다. 인터넷망이 없으면 외국 기업과 전자상거래 등을 할 수 없어 교역에 의한 경제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도시에 PC방이 등장하는 등 인터넷 수요가 늘고 있다. 킨샤사에서 CKT의 서비스를 이용해 PC방을 운영하는 이샴 스카이키(27)는 "하루에 1백명 정도의 직장인이 업무와 관련한 정보를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통신 업체 지오링크도 아프리카 15개국에 1백개의 PC방을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

'코레 IT 벨트'가 현실화하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중소 통신장비 업체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CKT가 지금까지 킨샤사 중심 지역에 설치한 국산 통신장비만 1천3백만달러(약 1백50억원)어치다.

CKT는 콩고에서 '코레'의 상징으로 통한다. 국립 킨샤사대학교 전자공학대학원을 나온 뒤 지난 8월 입사한 킹 키셍게(32)는 "월급을 50% 더 준다는 곳도 있었지만 CKT에 가야 첨단 지식을 익힐 수 있다는 교수의 추천에 따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고객상담센터 직원 두명을 채용하는 데 현지인 1천2백여명이 몰렸다.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 국가의 기간통신 사업자로 활약하면 통신 및 전산과 관련한 현지 기관의 공공 사업도 따낼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국내 네트워크 구축.관리 업체인 넷브레인이 콩고중앙은행과 7천5백만달러 규모의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을 협의하고 있다.

CKT가 중매를 선 덕분이다. 넷브레인은 파키스탄 중앙은행의 전산 시스템을 만든 현대정보기술과 함께 콩고중앙은행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콩고 정부의 지불 능력을 생각해 현금이 어려울 경우 콩고의 구리 광산 채굴권을 받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넷브레인 최상덕 사장)

물론 아프리카에서의 통신 사업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김종갑 사장은 "CKT가 코레 IT 벨트 건설에 적극 나서고 싶지만 솔직히 자금이 문제"라고 털어놓는다. 콩고에서도 기간통신 사업자로서 망을 빨리 넓히라는 정부의 재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자금이 부족해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

"현재 미국 투자기관과 2천5백만달러(약 3백억원)의 투자 협상을 벌이고 있다. 국내 기업이 투자한다면 사업권의 상당 부분을 넘길 의사가 있다."(김종갑 사장)

"CKT의 통신망 설치 속도가 느리고 자금력도 부족한 것 같다. CKT가 제 역할을 하는 한 2027년까지 25년 동안 사업권은 보장될 것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이 CKT를 돕기 바란다. 그렇게 되면 CKT에 이동통신사업을 위한 주파수를 할당하고 인터넷 주소 관리권을 주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게르트루드 카템보 우정통신부 장관)

콩고에서의 CKT 사업과 인접 국가에로의 확장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 8월 말~9월 초 정보통신부와 KT.통신 장비업체 관계자들이 콩고를 현장 답사했다. 정통부 양준철 국제협력관은 "콩고에서의 사업 성공이 우리 IT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지원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킨샤사=양재찬 경제전문기자.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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