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학 해외학자들 열띤 호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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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조선조 유학을 대표하는 퇴계 이황의 학문과 사상을 기리는 국제 퇴계 학술회의가 14∼21일 『퇴계학, 그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한국정신문화연구원대강당에서 열리고있다.
올해로 제10회를 맞는 이번 회의는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체코·동독·소련·유고·중국·폴란드 등 공산권 6개국을 포함해 16개국학자 1백40여명이 참가했고 발표되는 논문만도 67편이나 되는 최대규모의 퇴계 학술회의다.
중국 송대 주자학을 이어받아 창의적인 사색을 통해 독자적 사상체계를 확립한 퇴계 선생은「동방의 주자」라고 일컬어질 만큼 탁월한 거유였다. 그의 사상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유학자들 논의의 토대가 되었으며 일본 명치교육철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중국의 유학계에서도 그의 사상을 놓고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어 전세계적으로 퇴계학파가 형성될 만큼 후대의 유학계에 끼친 영향이 크다.
이번 회의에 발표되는 논문 중 대부분이 퇴계의 사상과 인간, 그의 문학관을 다루고 있는데, 이같이 한 사람의 사상체계를 놓고 한꺼번에 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오는 일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주요 외국 참가 학자들은 독일의 「게하르트·슈미트」(본 대학 철학과장)와 「한스·슈템펠트」(함부르크 대학 동양학 과장), 일본의 「오카다·다케히코」(큐슈대), 「사토·히토시」(히로시마대), 「다케하시·스스무」(쓰쿠바대), 중국의 신관결·서원화(사회과학원), 대만의 왕소(담강대), 소련의「V·G·뷰로프」(사회과학원), 미국의 「마이클·칼턴」(위치타대) 교수 등.
나라별로 보면 일본 17명, 중국 13명, 대만 12명, 미국 15명, 공산권 학자 18명을 포함해 외국학자가 75명이며 이들 중 논문발표자는 39명이다.
83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6회 대회 때부터 참가해 온 중국은 13명이 참가하는데 이처럼 많은 중국학자가 한꺼번에 한국에 온 것은 처음 있는 일. 이들의 연구수준은 한국 못지 않은 높은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해외학자들이 발표할 주요 논문을 보면 중국사회과학원 보근지 교수의『이퇴계 화명대미학』, 항주대 마안동 교수의 『나라와 백성을 염려한 선비, 위대한 애국자-이퇴계와 그의 인간형성으로서의 학문과 실천』, 대만 왕소의 『퇴계적 영월시』, 일본 「다케하시·스스무」의 『이퇴계 철학의 실천적 성격』등.
이들 논문은 퇴계의 사상과 생애를 다른 사상과 비교, 퇴계가 역사에 끼친 영향을 구명하고 오늘에 원용될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편 참가학자들은 17∼21일 퇴계가 학문을 다듬고 후진양성을 하던 안동의 도산서원을 참배하고 경주 등지를 관광하며 국내 산업시설도 구경하게 된다.
이번 회의에 후원하고있는 추계학연구원은 지난해 추계학 학술상을 받은 미「마이클·칼턴」교수가 쓴 간추린 영문판 퇴계사상 소책자 『퇴계 철학 개요』10만부를 마련, 참가학자와 외국인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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