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뼈아픈 외교적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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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평양·북경 AFP·로이터연합=본사특약】한국과 헝가리가 상주대표부를 설치키로 합의했다는 발표는 북한에 상당한 외교적 좌절을 안겨주었다고 관측통들이 15일 밝혔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두 나라의 상주대표부 설치발표에 대해 지금까지 공식논평을 표명하지 않는 것은 우방의 하나인 헝가리의 이번 외교조치를 북한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이번 일에 대해 평양의 반응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이번 외교사태에 대한 북한의 유일한 반응은 평양거리에서 시민들이 외국인들과 접촉하는 것을 엄격히 통제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헝가리에 의해 저질러진 이 같은 배신이 더 이상의 사태로 발전되기 전에 사전 방지하는 것이 시급한 것으로 보고있다.
한편 북한 건국40주년 행사에 참석했던 북경주재 한 동구소식통은 『북한사람들은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믿으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관리들은 형제국과의 이러한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그들은 북한의 경제가 한국보다 발전돼있으며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상표가 붙은 제품들은 실제로는 외국에서 제조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동시에 북한은 이 같은 추세를 저지하기엔 무력하고 북한이 보복조치로 동구와의 관계를 단절할 경우 전면적 고립을 자초할 위험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동구소식통은 북한관리들이 지난번 한국과의 무역대표부 상호개설에 합의한 헝가리에 대해 「배신행위」라고 비난했음을 예로 들며 북한관리들은 이 문제에 관해 평양주재 헝가리대사에게 수 차례 비난했다고 말했다.
당시의 헝가리대사가 평양을 떠날 때 그는 김일성에게 이임인사도 하지 못했으며 통상 임기 만료시 수여되는 훈장도 받지 못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헝가리 측이 올림픽을 위해 평양에 건설중인 수억 달러의 프로젝트에 장비나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 7월에 있을 세계청소년체육대회 용으로 쓰일 예정이다.
이 소식통은 또 『동구권국가들은 별로 팔 상품도 없으며 수입을 하고도 대금지불을 지연시키는 북한보다는 동구권 국가들보다 기술적으로 앞선 한국과의 교역에서 보다 많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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